손 창 기

주물 끼얹은 듯

불타오르는 단풍들

너희는 죽음에 이르는 고빗사위에

가을 호랑이를 빚어내려는가

잘게 썬 빛깔과 짙은 어둠을 우려낸

단풍들이 포효하려는가

익돌근이 만들어 놓은 큰 입처럼

발갛게 타는 노을, 불씨 한 줌 넣어 반죽하려는가

몸을 옴나위할 수가 없다

널룽널룽 벗어버린 호랑이 가죽이 땅에

군데군데 늘어져 있다

붉게 타오르는 단풍을 보며 ‘단풍들의 포효’라고 표현하며 놀랍게도 호랑이를 읽어내는 시인의 상상력이 이채롭다. 동물과 식물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상투적인 틀을 파괴하고 있음을 본다. 시인은 시공을 초월하고 자유로운 교감과 사고를 확장시켜나가며 붉게 타오르는 가을의 정취를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있음을 본다. 시적 에너지가 충만한 시인을 본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