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 광

고운사 가는 길

산철쭉 만발한 벼랑 끝을

외나무다리 하나 건너간다

수정할 수 없는

직선이다

너무 단호하여 나를 꿰뚫었던 길

이 먼 곳까지

꼿꼿이 물러나와

물 불어 계곡 험한 날

더 먼 곳으로 사람을 건네주고 있다

잡 숲에 긁힌 한 인생을

엎드려 받아주고 있다

문득, 발밑의 격랑을 보면

두려움 없는 삶도

스스로 떨지 않는 직선도 없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누군가 이 길을

부들부들 떨면서 지나갔던 거다

고운사 가는 길 외나무다리, 그 흔들리는 직선 위를 걸으며 시인은 직선의 단호함이랄까 엄혹함보다는 흔들리는 직선 위를 떨면서 걷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음을 본다. 다리를 건너는 인간의 떨림과 흔들림을 온몸으로 받으며 잡목숲에 긁힌 인생들을 함께 흔들리며 떠는 직선의 외나무다리처럼 자기의 책임을 다하며 생을 건너가야 한다는 교훈 하나를 가만히 들려주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