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송 자

밤새 여우비가 다녀갔나 봐요

은빛 물방울 세상이네요

초록 바람이 살랑살랑 아침을 흔들어요

자욱한 푸른 향기가 번지네요

윗집 아이 쿵쿵 두 계단씩 오르고

경비 아저씨 싱긋 웃는 눈가에

포로롱 분홍 나비가 날아가네

밤사이 잠깐 내린 여우비가 은빛 물방울 세상을 만들었다는 표현이 매우 인상적이다. 생명감 가득 품고 열리는 아침을 묘사하는 시인의 눈빛이 참 맑고 환하다. 위층 아이의 쿵쿵거리며 뛰는 소리도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의 미소도, 포로롱 나는 분홍 나비처럼 평화로운 봄 천지를 열어가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