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김종인 위원장은 이번 대국민 사과에서 잠시 울먹이는 장면을 보였다. 그는 지난달 광주를 찾아 5·18 묘역에서 무릎을 꿇고 광주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솔직히 사과했다. 사실 직전 대통령이 두 명이나 수형생활을 하는 것은 세계 어느 정치사에도 드문 일일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 역시 수감된 적이 있으나 오래지 않아 풀려났다. 김 위원장은 당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공개사과 했다. 그는 위원장직 사직이라는 배수진을 치면서 이를 강행했다.

김 위원장의 공개 사과에는 복합적인 배경이 작용했다. 전직 대통령 구속에 대한 사과 없이는 내년 보선도 당의 개혁도 어렵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는 취임 초부터 사과할 뜻을 비쳤으나 당내 반발이 여의치 않아 이를 미룬 것이다. 내년 서울·부산 보선을 앞둔 시점에서 당 이미지 개선 없이는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이다.

그는 당 뿌리부터 개혁 없이는 당의 외연 확대도 어렵다고 보고 있다. 그는 당 인적쇄신의 걸림돌인 수구 보수 세력의 제거를 당 개혁의 당면과제로 인식한 듯하다.

이에 대한 당내의 반응은 입장에 따라 엇갈리고 있다. 58명의 초선의원과 당내 중도 개혁파는 대체로 그의 입장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당내 보수 강경세력들은 여전히 그의 행태를 비판하거나 반대하고 있다. 박근혜 구속에 항의해온 석방을 요구해온 조원진, 김진태, 민경욱 등 친박세력은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야당 입당문제가 여의치 않는 홍준표는 ‘얻어터진 사람이 가해자에게 사과하니 배알도 없느냐.’고 김종인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당의 전반적 분위기는 침묵하고 있으며 이를 ‘전략적 인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번 김종인의 사과는 당 개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의 대국민 사과는 당 개혁엔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그의 과거 사과는 당 이미지를 중화시키고 당의 인적 쇄신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로인해 실망한 일부 보수층을 회귀시키고, 중도 층의 외연 확장에는 기여할 것이다. 지구당 개편 시 정치신인 확보등 인적 쇄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좌 클릭 정책이 보수정당의 정체성에 상처만 준다는 반론도 있다. 그 결과 내년 4월 보선과 대선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80대 고령 김종인의 정치는 피아의 전선이 분명한 한국의 정치 풍토에서 무척 이해하기 힘든 행보이다. 그는 정치의 달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변신이라는 평가도 따른다. 비례 대표 한 번도 어려운 정치 풍토에서 5선 의원이라는 그의 처신은 누구도 모방하기 어렵다. 그는 여야를 넘나들며 2명의 대통령을 당선시킨 후 불화가 있자 흔쾌히 결별했다. 그렇다고 소신 있는 정치인으로 평가 받지는 못한다. 그의 ‘경제민주화’정책은 개발 독재 시대용이며 유효기간은 끝나 버렸다. 그의 정치 행보를 노탐(老貪)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그의 마지막 정치 행보를 주시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