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이 권할 때마다 거절못한 최순자씨의 보험약관.

차를 샀다. 지지난해 12월이니 일 년차 무료점검 기간이 지났고 이년이 지나면 무료가 아니란다. 내게 팔았던 그 사나이가 1년이 다가올 무렵 전화라도 주었으면. 차를 판 후로 연락이 없다. 물론 새로운 차가 나왔다고 팸플릿은 고정적으로 온다. 6개월에 한 번 정도 차를 잘 타고 다니는지 안부라도 전한다면. 자동차 서비스공장에 가서 무료 서비스를 받았는지 슬쩍 팁을 준다면 이 사람을 나의 네트워크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소개하겠다. 하지만 소식이 없다.

보험을 들었다. 아들이 길에서 자전거 타고 가다 넘어져 팔이 부러졌다. 병원에 입원해 수술도 받았다. 보험을 타려니 서류가 참 많이도 필요했다. 또 팩스나 등기로 보험회사에 보내야 했다. 아이가 아픈 것도 힘든데 서류에 또 보험회사에서는 이것저것 따지며 보험금을 쉽게 주지 않으려 했다. 혼자 뛰어다니니 눈물이 났다. 이럴 때 설계사가 찾아와 서류도 알아봐 주고 한다면, 난 이 사람 또한 친구들에게 시간 내서 소개해 줄 것이다. 도배를 하고 나서도 한 달쯤 지나서 우리 집에 다시 방문해서 불편한 건 없나 물어봐 준다면 그 사람 또한 도시락 싸 들고 다니며 알려주리라. 하지만 아직도 내 주위에 이런 세일즈맨은 없다. 딱 한사람 빼고.

그 사람은 남편 후배이다. 자동차 보험을 파는 사람인데 서비스가 만점이다. 어느 날 길에서 내 차가 서버렸다. 연락하니 바로 렌터카를 보내준다며 학교 앞으로 찾아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렌터카는 개인적으로 보내준 거지 보험사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남동생이 빙판길에 사고가 났다. 물론 남편 후배가 일하는 보험사가 아니었지만 내가 조언을 구하자 모든 일을 해결해 주었다. 그 후로 우리 집 모든 형제들 보험은 그 후배에게 들었다. 세일즈는 자기 자신을 파는 것이다. 팔기 전에 갖은 애교보다 팔고 나서가 더더 중요하다.

/최순자(포항시 북구 용흥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