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세 영
마지막으로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주소에 엔터키를 치면
모니터에 떠오르는 또 하나의 공간
그 공간에도 비는 오는지
빗속의 너는 자꾸만 멀리 달아나는데
가냘픈 코드를 붙잡고
덧없이 서핑을 반복한다
세상은 거대한 월드 와이드 웹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서로 보이지 않는 올가미를 씌우며
인연을 확인한다
오늘의 검색 항목은 <사랑>
자꾸만 자꾸만 달아나는 너를 좇아
윈도우를 열어보지만
결코 들어갈 수 없는 너의 빈
사이버 공간
현대사회의 비대면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는 익명성, 단절과 소외의 특성을 야유하고 고발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 가상의 공간에서의 사랑의 허상과 공허함을 언급하며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것이며 비현실적인가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시인정신을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