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서울시장 보선 출사표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피 토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며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22년 대선을 포기하고,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20일 밝혔다. 차기 대선은 커녕 정치적 입지도 불안한 상황을 고려, ‘대선 불출마’라는 배수진까지 친 것이다. 또 야권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서울의 시민후보,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제가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출마 결심을 한 배경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며 “반드시 저는 선거에서 이기고 좋은 시정을 통해 정권 교체의 교두보를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하나 마나 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많은 원로분들의 충정 어린 말씀이 있었다”며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피 토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결자해지(結者解之), 묶은 사람이 풀어야 한다는 말씀에 참으로 송구스러웠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2011년 지지율이 50%가 넘는 상황에서 서울시장 야권 후보를 박원순 당시 변호사에게 양보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아울러 “정권교체는 절체절명의 시대적 과제다. 내년 4월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라며 “제가 앞장서서 그 7부 능선까지 다리를 놓겠다.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회견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선이 아닌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기로 마음을 바꾼 결정적 이유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 등이 여당 강행처리로 통과된 이번 정기국회의 모습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완전히 무너지고, 절차가 무시되는 상황들을 접했다”며 “무엇보다 (코로나19) 백신 구매와 관련해 국민들께 솔직하지 못한 부분에 분노했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대해 “전임 시장과 파렴치한 범죄를 심판하는 선거”라며 “더이상 발전하지 못하고 멈춰있는 서울을 다시 세계 속에서 앞서 나가는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우선 과제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멈추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선 주자로 분류됐던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면서 야권 선거판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며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안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까지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여당 후보와 일 대 일 구도를 형성하기 위해 야권이 뭉치자는 뜻이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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