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 영

갈색 가을 나무가 고개를 푹 숙이고 제 발등을 수북이 덮고 있는 가을 잎들을 본다. 한때는 천상(天上)을 향해 푸르게 치솟았던 젊음들, 또 한때는 뜨거운 태양빛을 향해 시리게 몸 뒤척였을 영혼, 그러나 이제는 너른 생각의 잎사귀가 되어 제 어미의 발등을 조용히 덮는다

때로는 시련과 장애물이 앞에 놓여 있었지만 그것을 다 견디고 이겨내고 이제는 노년의 시간을 맞아 자신을 길러준 나무의 뿌리를 덮으며 자연으로 돌아가는 낙엽처럼 생의 마무리를 잘 준비하고 마련해가겠다는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