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보궐 중도층 공략 의지에
대구·경북서도 엇갈리는 반응
민주·정의당 등 ‘진정성’ 거론

15일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단행하면서, 이를 둘러싼 당 내외의 반발이 심상찮다. 앞서 국민의힘 청년당인 청년의힘과 국민의힘 사무처 노동조합이 지지 의사를 밝혔으나, 일각에서는 ‘김종인 비토’ 움직임도 표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진정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우선 김종인 위원장인 이날 대국민사과로 ‘보수 쇄신 카드’를 꺼내들면서 내년 4월 재보궐 선거를 정조준했다. 사실상 강경 보수와의 결별을 선언하면서 중도층 여론을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하지만 앞서 국민의힘 배현진 원내대변인과 이재오 상임고문 등의 반발은 계속되고 있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이날 “김 위원장의 사과는 개인적 정치 욕망을 위장한 속임수”라며 “이 전 대통령은 특정한 기업과 결탁해 부당한 이익을 취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시장 출신인 서병수 의원도 “헌법재판소를 존중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정의롭지 않았다고 믿는다”며 “당의 비대위원장이 사과해야 할 것은 여당의 입법테러를 막아내지 못한 것이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 의원 역시 “실컷 두들겨 맞고, 맞은 놈이 팬 놈에게 사과한다”며 “참 어이없는 상황이 연출되는 세모 정국이다. 25년 정치를 했지만 이런 배알도 없는 야당은 처음본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투톱인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가 사과 내용을 공유한 뒤,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도 김 위원장의 사과 내용을 확인한 뒤 “그 정도는 당연히 반성할 수 있다”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도 거들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김종인 위원장의 사과에 대해 존중과 공감을 표하면서도, 진정성과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과를 존중한다”면서도 “이제는 말과 행동이 일치되기를 바란다. 사과와 반성이 진심이라면 이제 행동으로 보여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과 함께 국가 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공동으로 위임을 받은 집권당의 잘못에 대한 사과에 공감한다”면서도 “오늘 사과가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위한 지렛대는 아닌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대구·경북 의원들 사이에서도 대국민 사과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들은 내년 보궐선거와 차기 대선 등을 앞두고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라는 입장이다. 찬성 의사를 밝힌 한 의원은 “어떤 형태로든 대표가 사과하는 등 입장을 밝히는 것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원은 “중도층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반대입장을 내비치는 의원들은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대구의 한 의원은 “전직 대통령들이 국민들과 보수 지지층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부분에 대해서 정리를 하고 갈 필요성도 있다고 보지만 문재인 정권이 훨씬 더 심한 부정과 독재를 하고 있고, 바로 어제 악법들을 날치기한 상황에 사과발표는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사과를 한다면 전직 대통령의 과오로 정권을 넘긴 결과로 말미암아 문재인 정권이 경제, 보건, 외교, 안보 등 전 국정운영에서 파국을 맞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 데 대한 사과였으면 했다”며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같이 언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했다.

판단을 유보한 의원들도 다수 있었다. 당 지도부의 요청이 있었고, 당 차원의 사과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판단을 유보한 한 의원은 “김 위원장의 사죄 발언은 당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두 전직 대통령의 잘못보다는 당의 잘못이라는 취지가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원·박형남기자 god02@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