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 현
바람으로 스쳐 지났던 너
꽃으로 만날 수 있길 기도했지
그리운 무늬 지우며
붉은 눈시울 강 휘어 돌 때에
아린 심장 다독이며
기억 저편 모퉁이에 묻어 두었지
아슴히 접어둔 종이학
오래된 서랍 속 빛을 삼킨
청춘의 시간들
밝은 이슬 홀로 핀 새벽은
천 년의 해후를 꿈꾸었지
문득 다가온 하늘
구름 속으로 숨어든 연분홍 추억
발갛게 익어버린 속살이
눈물처럼 번지는 노을지는 저녁
설레임,
그 대책 없는 흔들림
불갑산 상사화
불꽃처럼 일렁이네
상사화는 꽃과 잎이 서로 만날 수 없는 운명적 슬픔을 안고 피는 꽃이다. 시인은 이런 비화의 애련을 추억 속에 끼워넣으며 청춘의 시간을 꺼내 호명하며 아쉬움과 그리움의 정서를 얽어내고 있음을 본다. 눈물처럼 번지는 노을 저녁, 바람처럼 가버린 사람들, 인연들…. 그 아쉬움이 차곡하게 담겨 있는 오래된 서랍을 가만히 열어보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