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재확산, 거리두기 격상으로
지역서도 외부모임 자제 이어져
일부 젊은층서 소규모 파티 유행
전문가 “가족 이외의 만남 위험
단둘이 식사하는 것도 조심해야”

“송년회요? 매일 아침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를 확인하고 나면 송년회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이 시국에 동료도, 친구들도 ‘한번 모이자’는 말을 서로 꺼내지 않아요.”

올 연말 지역에서 예년과는 다른 낯선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보통 12월은 성탄절이나 송년회 등을 이유로 각종 단체모임이 많은 달이지만,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지난달 말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연이어 격상하면서 올해는 연말 특유의 분주한 분위기가 사라졌다.

코로나 감염 우려에 외부 모임을 자제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연말 자택격리’를 택하고 있다. 수도권에 이어 지난 8일부터 포항시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하자 연말 모임을 취소하는 시민들도 늘었다. 포항시민 신모(32·여)씨는 “작년까지만 해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펜션을 빌려 연말 모임을 했었는데 올해는 모 이지 않기로 했다”며 “연말을 그냥 보내기도 서운해서 올해 마지막 주말에 친구 몇 명을 집으로 초대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이모(36·포항시 남구)씨도 “결혼하고 처음 맞는 성탄절이라 아내와 분위기 좋은 식당에 가려고 한 달 전부터 예약을 해뒀는데 아무래도 사태가 심상치 않아 결국 취소했다”며 “대신 인터넷으로 성탄 트리와 조명을 주문해 집안 분위기를 바꿨다”고 했다.

자녀를 둔 부모들은 외출을 자제해야 하는 위급한 상황인 데다 겨울방학까지 다가오면서 고민이 늘었다. 올 연말 아이와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각종 실내 놀이 정보를 맘카페를 통해 공유하기도 한다. 이처럼 달라진 연말 분위기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직장인 신모(29·여)씨는 “연말마다 만나는 대학 동기들과의 송년 모임을 위해 두 달 전에 미리 파티룸을 잡아놨는데 지난주에 위약금을 무르고 예약을 취소했다”며 “어디든 마음 놓고 다닐 수 없는 상황이라 줄곧 집에 머무를 생각을 하니 연말 기분이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대규모 회식이나 송년 모임을 아예 계획하지 않거나 취소하는 지역사회 분위기가 정착됐지만, 유흥가를 피해 독립된 공간에서 연말 회포를 풀려는 사람들도 있다. 일부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는 펜션이나 집처럼 비교적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장소에 모여 작은 파티를 여는 게 유행이다. 정부의 외부모임 자제 요청에 바깥 대신 실내에서라도 연말 분위기를 내겠단 이들이다.

지난 주말 강릉의 한 펜션에서 송년 모임을 했다는 대학생 A씨(22·포항시 북구)는 “친구들 8명과 방을 잡아 1박 2일간 머물다 왔다”며 “손님이 많은 식당이나 술집보단 안전하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여럿이 모이는 송년회보다는 낫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쨌든 사람이 모이는 만큼 방역에는 도움이 안 된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무증상 감염’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적은 인원이라도 대면모임 자체를 자제하는 게 낫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방역 당국은 “불특정 다수와 접촉 없이 모일 수 있다는 점에 안심하는 것 같은데 사실 소규모 모임도 송년회를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며 “결국은 가족 이외의 만남을 최대한 줄이고 단 두 명이 만나서 밥을 먹는 것도 조심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