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창호 작가의 ‘지붕’ 작품들.

지붕은 경계다. 지붕은 세상으로부터 나를 분리해주는 경계다. 쉼이 필요한 나를 대신해 언제나 하늘을 대면하며 변화무쌍한 수많은 변덕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태양의 뜨겁고 과한 열정도, 거센 폭우의 성난 야성도, 엄동설한의 한기도 거부하지 않고 막아준다. 지붕의 표면은 나의 얼굴이며, 지붕의 형태는 나의 외형이다. 지붕은 지금의 나를 냉정하게 표현하여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더 나은 나를 꿈꾸게 한다. 나는 지붕 아래에서 지붕 밖 세상을 꿈꾼다. 지붕은 내가 힘차게 세상으로 나갈 수 있게 휴식을 준다. 지치고 힘겨울 때 위로해줄 안식의 존재가 된다. 지붕은 나 자신을 세상으로부터 보호해주는 경계다. 그리고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경계이기도 하다. 지붕은 세상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다.

 

나의 사진 작업은 경계에서 시작된다. 경계는 기준이고 한계다. 여정의 끝이고 또 다른 시작이다. 끝과 시작을 이어주는 마디이다. 나는 그 마디에서 시간적 공간인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향한다. 그리고 물리적 공간인 이쪽과 저쪽을 관망한다. 나는 또다시 시간적 공간과 물리적 공간의 그 경계에 멈춰 선다. /류창호(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