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왕 노

필자와 같은 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김왕노 시인은 심성이 착하고 의지가 굳은 아이였다. 평생 기계처럼 일하며 살아온 어머니, 이제는 나이 들어 풀밭에 버려진 쓸쓸한 기계처럼 늙고 병든 어머니의 한 생을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쓸쓸한 기계, 이 땅의 어머니들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랑과 헌신의 모습이 아닐까. 그 쓸쓸한 기계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싶은 아침이다. <시인>

어머니 시간의 풀밭에 버려져 있다. 어둠이 와도 작동되지 않는 어머니, 엔진이 올라붙은 어머니, 풀에 가려 보일까 말까 한 어머니, 아무도 찾지 않는 어머니, 풀이 서걱거릴 때마다 기억의 뿌리가 흔들려, 살아온 날이 주마등 같이 지나간다는 어머니, 어머니 시간의 풀밭에 버려져 있다. 대량 생산의 틈바구니에서 과열되던, 과부하가 걸렸던 어머니, 노을이 밀려들면 한창때 만들어낸 눈물이며 사랑이며 노래가 그립다며, 어머니 저기 버려져 있다. 모타가 타버려 수리되지 않는 어머니, 한낮이 머물다간 자리가 벌건 녹으로 번진다는 어머니, 기름칠 제대로 되지 않는 어머니, 어머니 저기 혼자 버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