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비토권 무력화 ‘공수처법 개정안’ 강행 처리
정족수 6명 변경, 야당 반대해도 공수처장 후보 추천 가능해져
주호영 원내대표 “참으로 참담하고 분노”… 정국 또 다시 급랭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회의 입장 중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욕설을 했다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찾아가 사과하라며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비토권을 박탈하는 내용이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즉각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를 재소집해 대통령에게 추천할 공수처장 후보 2명을 선정하는 등 연내 공수처 출범을 목표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가운데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다. 개정안 재석 287명 중 찬성 187표, 반대 99표, 기권 1표로 가결했다. 민주당은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지난 9일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려 했지만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을 신청하면서 무산됐다. 이에 10일 0시 정기국회 회기가 끝나면서 필리버스터는 자동으로 종료됐고, 민주당이 미리 소집해 놓은 임시국회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려 표결이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독재로 흥한자, 독재로 망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정국 경색은 한층 심화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3·19면>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위원회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7명 중 6명에서 3분의 2로 완화하는 내용이다. 야당 추천위원 2명이 찬성하지 않아도 나머지 5명만으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 사실상 야당 추천위원의 비토권을 무력화한 셈이다. 또 여야가 10일 이내에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학계 인사 등을 추천하도록 하고, 공수처 검사 요건을 현행 변호사 자격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들어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공수처장 후보 비토권 박탈에 반대하면서 공수처법 저지 투쟁에 나섰다. 이날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공수처법 개정안 반대 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와 민주당 정청래 의원 사이에서 말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재적 과반 이상을 확보한 민주당의 ‘힘의 정치’에 밀려 국민의힘은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했다. 공수처법 개정안 표결을 앞두고 수정안을 제출하면서 막판 저지를 시도했지만 또다시 실패했다. 야당의 수정안에 재석 288명 중 찬성 100명, 반대 187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된 것이다.

국민의힘은 공수처를 막으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공수처법 처리 시기만 조금 늦췄을 뿐이다. 국민의힘 주 원내대표는 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직 후 “참으로 참담하고 분노가 치솟는다”며 “민주당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공수처법을 만든 과정도 불법과 억지로 가득 차 있지만 개정 과정은 국민을 개, 돼지로 보지 않는 다음에야 이렇게 이럴 수 있나”며 “이런 막무가내 권력을 국민이 용서할 것 같으냐. 자신들 비리를 덮고 집권기반을 만들고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부정비리에 대한 수사를 막기 위해서 이런 조치를 취하지만, 공수처법 개정안으로 문재인과 민주당 정권이 폭망의 길로 시동 걸었다고 확신한다. 국민이 이런 부정 불법 비양심을 인정 안 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한편, 국회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국민의힘은 재차 필리버스터를 통해 저지에 나섰고, 민주당은 이를 강제 종료시키지 않기로 했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