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사과하지 못하게 하면
비대위원장직 더 맡을 수 없다”
주호영·장제원 등 “반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국민 사과’ 발표를 놓고 국민의힘 내부에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서병수·장제원 의원, 무소속 홍준표(대구 수성을) 등이 반발한 데 이어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도 김 위원장 앞에서 대국민 사과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7일 비대위 회의에서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과오를 사과하지 못하게 한다면 더는 비대위원장직(職)을 맡을 수 없다”면서 사과 의지를 밝혔다. 김 위원장 사과 방침에 반발이 속출하자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걸고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사과에 대한) 당내 여론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우리가 중도층을 끌어안고 30∼40대 지지를 다시 받으려면 이제는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과도 할 수 없다면 내가 이 당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이에 대해 주 원내대표는 “처음에 (비대위원장으로) 오셨을 때 (사과를) 하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의견이 있다”며 “선거를 앞두고 우리 당이 낙인을 찍을 필요 있느냐, 그런 의견도 있다”고 반대 의견을 전했다. 지금은 사과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거듭 사과 의사를 표명했다.

김 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내 반발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서도 “거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판단하는 대로 할 테니까 그것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4년 째인 9일 대국민 사과를 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사과문 작성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당 안팎의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이·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강행하는 것은 5공정권 하에 민정당 2중대로 들어가자는 이민우 구상과 흡사해 보인다”며 “이민우 구상으로 양김이 반발하고 이민우 신민당 총재 체제는 무너지면서 야당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 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이·박 전 대통령의 역사적 공과를 안고 국민들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며 “사과는 전 정권들을 모두 부정하고 일부 탄핵파들의 입장만 두둔하는 꼴이고 민주당 2중대로 가는 굴종의 길일뿐이다. 옳은 길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도 “민주당 폭주를 막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며 “비대위원장이 나서 당의 분열만 조장하는 섣부른 사과 논란을 벌이고 있으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은 김 위원장을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스승”이라 지칭하며 “굳이 뜬금포 사과를 하겠다면, 문 정권 탄생 그 자체부터 사과해주셔야 맞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박형남기자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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