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회, 기존 조례안에서
‘단어’만 바꿔서 제출
기초의회 중 올해 발의 건수
의원 정수보다 더 적은 곳도

지방의회의 연말 ‘조례안(출석요구 및 성명서 포함) 몰아내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회에서는 기존 조례안의 ‘조사’를 바꾸는 선에서 제출하거나 ‘재탕 제출 관행’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경상북도의회 홈페이지 의안정보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경북도의회에서 처리되거나 처리 중인 조례안은 모두 45건이었다. 이 가운데 의원 발의는 11건에 그쳤으며, 34건은 도지사·교육감·의장 발의였다. 5월도 마찬가지였다. 전체 44건의 조례안이 처리됐으나 의원 발의는 16건에 불과했다.

반면, 2020년 하반기로 가면서 발의된 조례안은 늘었다.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경북도의회에서 발의된 조례안은 무려 80건이었다. 이 가운데 의원 발의만 50건이었다. 또 10월에는 한 달 만에 64건이 발의됐으며, 12월에는 65건이었다. 10월과 12월에는 의원 개인의 조례안 발의도 늘어났다. 특히,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에는 의원 발의가 44건인 반면, 도지사·교육감·의장 발의는 21건에 그쳤다.

대구시의회도 마찬가지였다. 대구시의회에서는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모두 35건의 조례안이 처리됐다. 이 가운데 의원 발의(위원회 제안 포함)는 10건이었다. 4월부터 3개월 동안은 모두 88건이 처리됐으나, 연말이 다가오는 11월까지는 무려 150건이 넘는 조례안이 대구시의회에서 다뤄졌다. 이 가운데 의원 발의는 모두 60건이 넘었다.

그나마 대구시의회와 경북도의회 등 광역의회는 조례안 발의 건수도 의원 정수를 넘는 수준이었다. 기초의회에서는 한 해 동안 의원 정수보다 더 적은 조례안이 발의되거나 처리됐다. 의원 1인당 대표발의한 조례안이 1건도 안 되는 셈이다. 포항시의회 홈페이지 조례안 입법예고에 따르면, 2020년 입법예고된 조례안은 모두 20건에 불과했다. 의안정보에서 검색할 수 있는 2020년 처리된 의안도 13건이었다. 하지만 포항시의회 위원회 처리 안건으로 ‘포항시의회 의원상해 등 보상금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과 ‘포항시의회 포항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이 포함되어 있었다. 포항시의회의 의원 정수는 모두 32명이다.

문제는 이렇게 발의된 조례안의 상당수가 부처의 의견을 반영하는 수준이거나 문구를 바꾸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23일 접수된 경북도의회 박미경 의원 등 11명이 공동 발의한 ‘경상북도교육청 학교환경교육 진흥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은 경북도청 창의인재과의 의견이었다. 당연하게도 재원조달 방법 등은 기존의 것을 답습했다. 또 의원 발의로 처리되고 있는 상당수의 조례안에는 “띄어쓰기가 필요하다”, “문구 수정이 필요하다”는 등의 기본적인 요청사항도 상당했다.

뿐만 아니다. 대구시의회에서 김재우 의원 등이 지난 11월 19일 발의한 ‘대구광역시 재향군인 예우 및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제5조(예산의지원) 시장은 재향군인회가 하는 사업에 대하여 예산의 범위 안에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문구를 “제5조(예산의 지원) 시장은 예산의 범위에서 재향군인회 사업과 운영 등에 필요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로 바꾼 수준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전국적으로 지방의회 무용론이 힘을 얻고 있다. 이 상황에서 지방의회가 언제 없어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의원 개인의 능력을 키우고,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곤영·이창훈·박순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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