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대구미술관서 공개

민족시인 이상화와 함께 대구를 중심으로 교류하던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품은 병풍 한 점이 대구시에 기증된다.

이 병풍은 ‘금강산 구곡담 시’를 담은 10폭 병풍으로 죽농 서동균(1903∼1978)이 행초서로 쓴 서예 작품이다.

병풍의 마지막 폭에 1932년 죽농 서동균이 글씨를 쓰고 시인 이상화(1901∼1943)가 포해 김정규(1899∼1974)에게 선물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병풍은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과 기증자 김종해(원 소장자 아들)씨, 이원호(이상화기념관 관장)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3일 오전 10시 30분 대구미술관에서 공개된다.

이상화는 근대기 민족시인이고, 죽농 서동균은 근현대기에 걸쳐 활동한 대구의 대표적인 서예가이자 수묵화가이며, 합천 초계 출신인 포해 김정규는 1924년 대구노동공제회 집행위원으로 활동했다.

1932년 이 병풍이 제작될 당시 서동균은 30세, 이상화는 32세, 김정규는 34세의 청년으로 모두 일제강점기 나라를 잃은 암울한 시기에 민족정신을 잃지 않았던 대구의 젊은 엘리트로 병풍을 통해 이상화와 서동균은 막역한 사이였고, 김정규는 이상화로부터 이런 대작을 증정 받을 만한 인물이었음을 알려준다.

이상화는 신간회 대구지회 출판 간사로 있으며 독립운동 자금 마련을 위한 사건에 연루돼 대구 경찰서에 구금됐고, 활동 시기와 장소는 달랐지만 김정규는 1920년대 항일운동으로 2년간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고 신간회 활동에도 관여했다.

/이곤영기자 lgy1964@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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