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종 택
배추잎 뒤에 붙어
숨어사는 세상
불안하고 답답하고 지루하여라
온몸으로
온종일 꿈틀거려도
나의 삶, 배추잎 한 장에 불과하였네
말없이 눈물 없이 일요일도 없이
날 수 없는 날개 사무치게 간직한
배추잎 한 장으로 세계를 덮었네
내가 짠 실로 내 몸을 묶어
움츠릴 대로 움츠려서 갇힐 때까지
죽었다고 남들이 말할 때까지
눈부신 흰 날개에
하늘을 싣고
배추밭을 넘어서 날을 때까지
배추벌레는 배추 잎 한 장에 갇혀 있는 한정되고 제한적인 생의 조건을 안고 살아가지만 언젠가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오를 거라는 꿈을 버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시인은 바로 자신의 삶의 모습, 더 나아가 우리의 삶의 모습과 닮았다는 시정신으로 시를 끌어가고 있다. 배추벌레처럼 여러 한계에 묶여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비록 현실은 제한되고 묶여 있지만, 초월과 극복을 꿈꾸며, 정신의 자유를 추구하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