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4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대상 수상자 수필가 이치운
“제목 ‘줄칼’은 어부이셨던
아버지 생각나게 하는 물건
꼭 한번 쓰고 싶었던 이야기”

이치운 수필가
“오늘날 우리는 윈도우의 창을 여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합니다. 머릿 속에서 다양한 사안들이 한꺼번에 창문을 여닫는 거죠. 그런데 우리는 그 창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으려 애쓰지 않습니다. 실제로 관계의 연결고리들은 엄연히 존재하고, 우리의 정신은 흩어져 있는 개별적 사안들을 얼마든지 연결할 수 있는데도 말이죠. 그래서 ‘줄칼’을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15일 발표된 ‘제4회 포항스틸에세이 공모전’ 대상 수상자인 이치운(58·부산시) 수필가는 지난달 30일 가진 인터뷰에서 수상작 ‘줄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줄칼’은 평생 배를 탔던 아버지의 줄칼을 가는 모습을 보며 인생의 소중한 교훈을 얻게 된 이 수필가의 인생이야기이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다.

-수상작 제목이 특이하던데요.

△바다에서 일하는 어부들은 항상 작은 칼을 몸에 지녀야 했다. 그물코를 깁거나 뱃일을 하거나 일상생활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물건이다. 내가 어릴 때부터 아버지가 줄칼을 만드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줄칼을 만드는데 쏟는 정성이 대단했다. 아버지는 다른 동네 어른들에 비해 급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줄칼을 만들 때는 전혀 달랐다. 그날만은 매일 마시던 보해 소주조차도 입에 대지 않으셨다. 아버지의 참을성과 인내심을 보고 자랐다. 나는 중학교 과정과 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패스하고 철공소, 보세공장, 신발공장, 학원강사, 대학교수, 인문학강사의 삶을 살아왔다. 어렵고 힘든 상황임에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참을성과 인내하는 힘은 아버지가 나에게 물려준 큰 유산이다. 줄칼을 볼 때 마다 아버지를 대하는 마음 같아 꼭 쓰고 싶었다.

-좋은 산문은 무엇일까요.

△고상한 말, 화려한 미사여구, 근엄한 표현은 글의 생동감을 떨어뜨린다. 내용을 멋지게 포장하는 것 또한 좋은 산문이라 할 수 없다. 좋은 산문은 쉽게 읽히고, 머릿속에 그려지는듯 스토리를 가져야 한다. “나도 한때 저런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우리 부모님 이야기 같다, 우리 가족 이야기 같다”는 누구나 공감하는 내용이면 좋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 질문 하나 정도는 던져 볼 수 있는 사유가 포함되어 있는 글이라면 좋은 산문이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전염병 창궐 등 요즘 살기가 참 힘들다고 하는 이들이 많다. 이 같은 오늘날 문학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코로나로 일상이 멈추어 섰다. 사회 활동 축소로 경제가 마비되면서 가정경제 또한 어려워졌다. 경제활동이든 사회활동이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 다양한 관계를 맺을 때 경제적·사회적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 이런 활동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감당하기 힘든 상황까지 와있다. 문학의 역할은 사회가 안고 있는 아픔을 보듬어 치료해주는 종합병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야 한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문단도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

-앞으로 바람이나 계획이 있다면.

△기업조직 및 사회단체를 위해 해오던 ‘인문학 강의’를 꾸준히 하는 것이다. 인문학강의를 통해서 사람에 대한 존엄성과 소중함을 아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나누는 다양한 이야기는 그들의 삶을 관찰하게 되고 이해하면서 작품 구상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을 된다. 수필은 우리 주변에 있는 일상적인 이야기이다. 주변의 이야기로 독자들이 공감하는 작품을 쓰고 싶다. 마지막으로 문학평론 연구에 조금 더 집중하려고 한다. 평론가는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여 작품이 지닌 미적 가치를 제시함으로써 작가의 창작세계를 소개한다. 평론 작업은 비평원리에 따라 작품을 미시적, 거시적으로 재단함으로써 독자에게는 작품의 이해도를 높이고 작가에게는 보다 나은 창작의 길을 제시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문학평론가가 되기 위한 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않겠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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