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이어 주민 반대로 무산
“곡강천 오염 유발… 대책 급선무”
시·업체 “사업 절차상 문제 없어”
찬반 주민·업체 간 갈등 깊어져

포항시 북구 신광면에서 온천 개발계획을 두고 지역 주민들과 업체 간 갈등의 골이 깊어가고 있다. 지역민들은 수십년간 온천 폐수로 인근 하천이 오염됐다고 주장하면서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고, 업체 측은 절차나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27일 오후 2시 포항시 북구 신광면행정복지센터. 이곳에서는 ‘포항신광온천 개발계획에 따른 전략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현장을 찾은 신광면자생단체협의회와 개발자문위원회 등 20여명의 마을 주민들은 건물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다. 특히 센터 주변으로는 ‘20년간 곡강천 오염을 방치한 환경평가 주민설명회 반대’ 등의 가로펼침막이 걸려 분위기를 더욱 험악하게 만들었다.

경찰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건물 밖에서 찬·반 의견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있었고, 약 30분 동안의 대치 끝에 결국 주민설명회는 무산됐다. 주민설명회 참석자 명단에 서명한 인원은 단 두명에 불과했다. 지난 2월에 이은 두 번째 주민설명회였지만, 역시나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주민은 “주민설명회라는 요식적인 절차를 반대한다. 온천개발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다 받고 있는데, 업체 측에서도 포항시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며 “온천 개발은 결국 업체의 배만 불려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포항신광온천(대표 김종극)은 지난해 포항시 북구 신광면 만석리 800-19 일원 3만5천186㎡에 ‘포항 신광온천 개발계획’을 수립해 포항시에 제출했다. 오는 2027년까지 기존 사업장을 확대해 온천 영역을 넓히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대를 4계절 이용가능형 온천휴양지로 개발하고, 비학산과 내연산, 보경사 및 해수욕장 등과 연계한 관광중심지로 개발할 계획이다. 지역주민들을 위해 마을발전기금과 온천 이용시 지역민 할인 혜택까지 제공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민들은 그러나 환경오염을 이유로 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지난 2002년 이후 20년 가까이 진행된 온천 개발로 인해 곡강천 상류의 오염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아무런 대책없이 온천 개발을 계속한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는 것. 하수관거사업과 같은 하천 오염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포항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주장하고 있는 환경오염 부분에 대해 의견을 작성해 제출해주시면 반영할 수 있는데, 아직 접수된 건 없다”면서 “절차상으로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문제가 없기 때문에 업체 측에서 사업 추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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