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은 공자의 가르침을 근본으로 하지만 그 본질은 인간의 존재론적 가치에 대한 탐구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인간다움을 가르쳐주는 사상이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도덕적 덕목을 중시하고 한국인의 사상 체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친 학문이다. 특히 유교적 사상은 사회관계를 중시하는 학문으로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친구 간의 행동양식에 있어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를 가르치고 있다. 대표적인 가르침의 하나가 중용(中庸)의 도리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지거나 기울어짐이 없는 상태를 이른다. 공자는 이를 “때에 맞춰 처리하는 성인의 지혜”라고 말했다.

내가 베푸는 말과 행동 그리고 감정적 표현이 상대에게 부족함이 없는지를 살피는 것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말할 때 기준이 되는 잣대다. 편파적이거나 자기주장에 쏠려 남의 생각이나 주장을 듣지 않을 때 우리는 “중용의 도를 잃었다”고 말한다. 공자가 지적한 과유불급(過猶不及)도 중용의 도를 견지하라는 의미와 같다.

중국 제나라 환공은 자신의 넘침을 경계하고자 계영배(戒盈杯)라는 잔을 늘 곁에 두고 자신의 권력적 과욕을 경계하였다고 전한다. 계영배는 밑에 구멍이 뚫려 있는 잔으로 물이나 술을 부어도 새지 않다가 7할 이상 채워지면 밑으로 새어 나오는 잔이다.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이 계영배를 옆에 두고 끝없이 솟구치는 과욕을 다스리며 재산을 모았다는 일화가 있다.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검찰총장 직무정지를 둘러싼 정치적 파장을 보면서 우리는 우리의 정치가 적어도 중용의 교훈을 알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을 해 본다. 정치가 중용을 잃으면 민심을 잃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