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발생 이후 3년이 되어가는 동안 포항시 인구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반면 지역 내에서도 남구의 읍면 지역에서 북구의 흥해읍과 두호동 지역으로 지역내 이동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포항시 인구정책의 실효성은 무엇보다도 타지에서 유입되는 지역내 이민자들을 얼마나 따뜻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들을 맞이하는가에 달려있다. 사진은 포항시 북구 우현동 철길숲 메타세콰이어길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모습. /경북매일 DB

사람의 국제 이동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유엔 국제이주기구(IOM·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는 ‘이민’을 ‘자발적으로 본래의 거주지를 벗어나 국경을 넘거나 한 국내에서 이주하는 모든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같은 이민이라도 분쟁, 박해와 같은 비자발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자기 나라를 떠나 이주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따로 ‘난민’이라 부르기도 한다. 3년 전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때 위험지역에서 벗어나 체육관으로 주거를 이동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도 일종의 ‘난민’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국내 피난민’이었다고 할 수 있다.

1990년 이후 지금까지 30년간 전 세계에서 자발적으로 살아왔던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로 국적을 바꾸며 이동한 국제 이민은 약 1.78배 늘어났다. 1990년 시점에 세계 147개국에 걸쳐 이민한 사람은 모두 1억5천199만5천30명이었지만 2019년 기준으로는 199개국으로 이민한 사람이 무려 2억7천22만4천650명까지 부풀었다. 세계에서 이민자를 가장 많이 받는 국가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990년 시점에 4만3천250명의 이민을 받아들여 197개국 가운데 하위권인 137위에 그쳤다.

하지만 2000년에는 83위, 최근 2019년 시점에는 45위까지 국가순위가 올라갔고 이민자도 116만3천660명으로 100만 명 시대를 맞이하였다. 국제 이민 국가순위에서 미국은 지난 30년간 한 번도 세계 1위 자리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2019년 현재 미국 이민자는 5천66만1천150명이다. 2020년 현재 통계청이 추계한 우리나라 인구가 약 5천178만 명이니까 거의 우리나라 총인구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세계 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셈이다.

국제이주기구의 이민에 대한 정의를 따른다면 우리나라 국내 지역 간 이주도 이민에 해당하는데, 과연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지역에서 어느 지역으로 이민이 일어나고 있을까.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민자가 늘어나는 현상은 점차 가속화되는 실정이다. 주민등록 기준 서울특별시 인구는 2018년 10월 978만4천112명에서 2020년 10월까지 9만4천953명이 줄었지만, 경기도 인구는 같은 기간 중 35만5천392명이 늘어나 2020년 10월 현재 1천340만615명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의 거의 절반 가까운 인구가 서울과 경기로 몰려들고 있다.

모든 것이 수도권 쏠림 현상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포항시 인구도 과거 100만 명까지 늘어날 것이라던 환상은 사라지고 이제는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시민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다른 지방들도 비슷한 처지라고 해서 안심해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그동안 살고 있던 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민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자녀의 학업을 위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얻어서, 은퇴한 이후 지금까지 고생했던 지역을 아예 떠나 새로운 환경에서 은퇴 생활을 즐기기 위해서…. 수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게다가 포항에서는 ‘지진’이라는 재해를 겪었기에 아무리 ‘인재’였다고 해도 극심한 트라우마로 인해 아예 주거지 자체를 옮기겠다고 결심한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지난 2년간 과연 포항에는 어떠한 인구변화가 있었을까. 좀 더 상세한 분석을 위해 읍면동별 주민등록 인구변화를 살펴보았다. 포항시 총인구는 2018년 10월 51만401명에서 2020년 10월 50만3천456명으로 6천945명이 줄었다.

하지만 남구와 북구로 나누어 보니 지난 2년간 남구는 8천676명이 줄어든 반면 북구는 1천731명이 늘어났다. 포항시 인구의 순 유출이 남구에서 일어났다는 이야기다.

더 자세하게 살펴보니 남구의 동(洞) 지역에서는 지난 2년간 3천893명이 줄었고, 읍면(邑面) 지역에서는 4천783명이 줄었다. 인구가 늘어난 북구는 마찬가지로 동 지역에서는 4천356명이 줄었으나 읍면 지역에서는 6천87명이 늘었다. 인구가 증가한 북구의 경우 동 지역에서는 우창동과 두호동 두 곳만이 각각 563명, 1천237명이 늘어났고, 읍면 지역에서는 오직 흥해읍만 인구가 무려 7천2명이 늘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남구에서 줄고 북구에서 늘어난 최대의 원인은 초곡지구 등 흥해읍을 중심으로 조성된 신규 아파트단지 때문으로 남구의 읍면지역과 동 지역에서 시민들이 활발하게 지역 내 이주를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인구가 줄어든 남구에서 가장 많은 인구감소를 보인 곳은 연일읍으로 1천958명이 줄었고, 동 지역에서는 상대동으로 1천 615명이 줄었다. 이는 단순히 총 주민등록 인구수의 절대적인 수치 변화만 본 결과기 때문에 절대적인 읍면동별 인구변화 증감률을 살펴보면 상황은 다르게 나타남을 알 수 있다.

남구에서 가장 많은 인구감소율을 보인 곳은 청림동인데 지난 10월 인구에서 2년 전인 2018년 10월과 대비하면 무려 12.5%가 줄었다. 다음이 제철동으로 이와 비슷한 수준인 11.4%의 감소율을 보였다. 남구에서 인구변화 비율이 가장 낮았던 곳은 동해면으로 2년간 불과 6명만 감소하였다. 인구가 늘어난 북구 흥해읍의 경우에는 2년 전보다 20.8%나 늘어났다. 마찬가지로 북구에서 가장 인구이동이 없었던 곳은 장량동으로 총 7만2천 명이 넘는 인구 가운데 감소한 인구는 151명에 그쳤다.

이와 같은 결과로 볼 때 결국 포항시 인구가 감소한 최대의 원인은 지역 전체로 정년은퇴가 계속되는 가운데 철강산업의 장기 침체로 실직한 산업인력들이 주로 거주하던 청림동과 제철동 지역의 주민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국내 다른 지역으로 이민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포항지역 내 이주가 활발해진 최대 원인은 흥해지역의 지진복구와 도시재개발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 새로운 아파트단지 조성에 따른 읍면 지역에서 도심에 근접성이 좋은 외곽 지역으로 주거를 이전하는 수요가 일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국내 지역 간 이민이 활발하다는 것은 달리 말한다면 포항시 인구가 일시 늘어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자녀 교육하기 좋은 교육도시, 일자리가 넘쳐나는 활발한 산업도시, 은퇴해서 생활하기에는 최고인 정주 여건을 가진 도시와 같은 수많은 인구 유인을 계속 제공하지 못하는 순간 포항을 떠나는 이민 수요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는 포항시가 인구 유인 정책, 유출 억제 정책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입소문은 정책을 능가하는 최고의 광고다. 그리고 최고의 정주 여건이란 달리 있지 않다. 얼마나 빨리,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곳에 먼저 살고 있던 사람들이 이민자를 받아들이고 그들과 섞일 수 있는가로 결정된다. 포항은 여타 대도시보다는 상대적으로 지역색이 강한 편이다. 지역색에는 장단점이 같이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합칠 때는 큰 힘을 발휘하지만, 고향을 떠나 들어오게 된 이민자의 두려운 눈으로 보면 너무 높은 진입장벽으로 여기는 약점일 수도 있다. 포항이 새로 유입되는 주민들만 붙잡아도 모든 문제는 해소된다. 포항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 입에서 살기 좋은 동네, 새로운 주민을 아주 편하게 받아들이는 곳, 여기 출신이 아니라도 쉽게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 넘쳐난다면, 인구감소 시대, 지방소멸 시대와 같은 말은 포항과는 전혀 무관한 말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