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법치주의 부정한 것”
본격적인 법정 싸움 돌입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의해 직무집행이 정지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반격에 나섰다. 윤 총장이 26일 추 장관의 직무 정지 명령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이에 앞서 윤 총장은 25일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무정지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냈다.

윤 총장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동인의 이완규 변호사는 “오후 3시께 윤 총장이 인터넷 전자소송으로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집행정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본안 행정소송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소장에서 “총장 임기제는 임기 내 임의적인 해임을 못 하게 함으로써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자 한 것”이라며 “일방적인 징계 청구와 직무집행 정지는 사실상 해임으로, 임기제 취지를 부인하고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 측은 추 장관이 주장한 6개 징계 사유가 사실 관계가 다르고, 일부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총장 직무를 정지할 정도는 아니다는 취지로 변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윤 총장 직무정지 명령을 두고 맞붙은 여야의 대립 구도가 미묘하게 바뀌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 카드를 먼저 꺼냈던 더불어민주당은 법무부 검사 징계위 논의가 우선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국조 제안을 흔쾌히 수용하겠다”며 추 장관까지 폭넓게 잘못을 따져보자고 맞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낙연 대표의 국조 언급은 삼권분립 원칙을 무너뜨리는 검찰의 재판부 사찰 정황을 그대로 넘길 수 없다는 점에서 나온 것”이라며 “정쟁화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사위원장도 “사안의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징계위와 가처분신청을 앞두고 있는데 그게 진행되기 전에 국회에서 조사부터 할 사안인지는 좀 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조 제안 하루 만에 민주당 지도부가 한발 물러선 것은 당내 의원들의 부정적인 기류는 물론 추미애·윤석열 갈등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 야당에 반격의 빌미를 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윤 총장과 관련한 사실 관계를 파헤치다보면 자연스럽게 추 장관도 함께 겨냥할 수 있다고 판단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총장 직무정지 사유와 함께 법무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검찰권 남용 및 과잉인사권 행사에도 문제가 없는지 포괄적인 국조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호영(대구 수성갑) 원내대표도 “국정조사를 기꺼이 수용하겠다”며 “‘묻고 더블로 가라’는 전략이 있듯이, 추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도 피해갈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윤 총장 출석을 놓고 이틀 연속 파행을 빚었다. 국민의힘 소속 법사위원들이 전날 전체회의 개의 요구서와 윤 총장 출석 요구서를 대검찰청에 보낼 것을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강력히 촉구했으나, 민주당은 여야 협의없이 국민의힘이 전체회의 개의 등을 문제 삼으며 “위원회 의결 없이 윤 총장 출석을 요구할 수 없다”고 맞섰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은 윤 위원장 면담 전 “윤 위원장이 법무부와 대검에 개의요구서를 통하지 못하도록 법사위 행정실에 지시한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법무부와 대검은 전체회의 개의 사실을 송부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윤 총장이 출석할 수 있는 길을 애당초 원천 봉쇄해버린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박형남기자

    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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