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래 <br>수필가·시조시인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마음이 없는 사람은 없다. 의식이 전혀 없는 식물인간이라면 몰라도 살아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마음이다. 비정상적인 사람인 미치광이나 사이코패스도 나름의 생각이나 감정, 욕망, 의지 따위가 있을진대 그것이 그들의 마음인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가지고 있는 것이 마음이고 너무나 흔하게 쓰는 말이지만 막상 마음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하기가 막연해진다. ‘사람의 내면에서 성품·감정·의사·의지를 포함하는 주체’ 라는 것이 ‘마음’이란 낱말에 대한 대한민국문화대백과사전의 풀이다. ‘마음은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생각, 인지, 기억, 감정, 의지, 그리고 상상력의 복합체로 드러나는 지능과 의식의 단면을 가리킨다.’는 영국 옥스퍼드사전의 정의도 다르지 않다. 그런 풀이나 정의로 미루어 볼 때 사람의 마음을 형성하는 요소 중 일부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후천적인 교육이나 경험을 통해 갖게 된다는 걸 알 수 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있다. 불교 ‘화엄경’의 ‘보살설게품’에 나오는 말로 ‘모든 것은 오직 마음이 지어낸다’는 뜻인데, 원효대사의 설화와 함께 널리 알려진 말이다. ‘원효가 불법(佛法)을 공부하기 위해 당(唐)나라로 유학을 가는 길에 날이 저물어 잠자리를 찾던 중 어느 동굴을 발견했다. 그 동굴에서 자다가 목이 말라 잠결에 물을 찾아 마셨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그곳은 동굴이 아니라 무덤이었고, 잠결에 달게 마셨던 물은 그 무덤의 해골바가지에 고인 물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는 구역질을 했는데, 그 순간 원효는 크게 깨닫고 당나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렸다’는 이야기다.

같은 물이라도 그것을 인식하는 마음에 따라 깨끗하고 시원한 물도 되고 더럽고 구역질나는 물도 된다는 것이다. 그렇듯 생각과 감정과 오감의 작용에 따라 변화무쌍한 것이 마음이지만, 그 내면 깊숙한 곳엔 영구불변의 청정무구한 본성(本性)이 있다는 것이 마음공부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인 것 같다. 그것을 참나(眞我)라고도 하고 불교에선 불성(佛性)이라고도 하는데, 더럽혀진 마음을 끊어버리고 청정심(淸淨心)으로 돌아가는 것이 해탈이고 열반이라는 것이다.

그 ‘참나’에 닿아있는 마음을 양심이라고 한다. 참나는 온 우주와 하나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양심의 소리란 바로 그 참나의 소리요 우주의 소리라는 것이다. 종교인이라면 하느님의 말씀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사람이 몸을 함부로 굴리거나 방치하면 병들고 망가지는 것처럼 마음도 제대로 관리를 안 하면 오염되어 병들거나 왜곡되기 마련이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온갖 불화와 비리와 참상들은 참나와 단절되고 양심에서 멀어진 마음이 불러오는 것들이다. 가장 비양심적인 집단이 정치집단이라는 말이 있다. 정치도 양심에 근거하지 않아서는 결코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가 없다.

비록 위정자들이 모두 양심에 털 난 자들일지라도 국민들이 잘 감시하고 감독해 함부로 양심에 어긋난 짓을 못하도록 해야 나라가 바로 선다. 지금 대한민국은 양심과는 옹벽을 쌓은 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도 오히려 그들을 비호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개탄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