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은 하루 중 어떤 물건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스마트폰으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일단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한다. 밤새 확인하지 못 한 문자나 메일을 보며 답장을 한 뒤, 포털 사이트 어플에 들어가 실시간 검색어를 클릭한다. 이동하거나 짬짬이 시간이 날 땐 습관적으로 SNS에 들어간다. 지인의 사진에 ‘좋아요’를 클릭하고 인기 게시글을 빠르게 훑는다. 어느 때엔 이미 본 것이라도 또 본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엔 독서등 하나만 켜둔 채 침대에서 넷플릭스 드라마를 보는 걸 좋아한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추천으로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취향에 맞지 않을 때나 삼십 분이나 걸려 클릭한 영상이 오 분도 못 가서 종료 버튼을 누르고 마는 순간엔 길을 잃은 사람처럼 난감하다. ‘내 황금 같은 쉬는 시간을 삼십 분이나 소비했는데! 어서 더 재미있는 걸 보여줘!’ 답답한 마음에 아무거나 눌러보지만 어느 것 하나 만족하지 못 하고 힘만 빠지게 된다.

인터넷 세계는 한 번도 가보지 못 한 이국적인 거리를 보여주고 다양한 언어를 들려준다. 손가락 터치 몇 번만으로도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아이디어를 얻는다.

문제는 많은 이들이 스마트폰이 없을 때 불안을 느끼는 ‘스마트폰 중독’에 걸린다는 것이다. 디지털 세계에 중독되어 지나친 시간을 소비하는 탓에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가 크다.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거북목, 손목 통증 등 다양한 몸의 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한국과학기술개발원에서 진행한 설문 결과 우리나라에서 스마트폰 중독군에 속하는 사람은 39.8%, 위험군에 속한 사람은 19.5%로 상당수가 이미 스마트폰 중독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중독인지 아닌지 묻는 문항에서는 단 1퍼센트만이 스스로를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답했다. 이처럼 스마트폰 중독은 자신이 중독인지 의식조차 할 수 없다는 문제점도 있다.

나 또한 중독을 안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되자 디지털 디톡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디지털 디톡스란 디지털(digital)과 ‘독을 해소하다’라는 뜻을 가진 디톡스(detox)를 결합한 용어로, 디지털 기기 사용을 잠시 중단하고 휴식을 통해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디지털 디톡스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쉽게 해볼 수 있는 건 휴대폰 사용 시간을 정하는 것이다. 주 업무 외에 인터넷 서핑 시간을 제한하여 정하거나, 자기 전 휴대폰을 침대에 가지고 가지 않겠다는 스스로의 약속을 해볼 수 있다. 정기적으로 계속 울리는 어플의 각종 알람을 끄거나 필요 없는 어플을 삭제하는 방법도 있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시간에는 집중력을 요구하지 않는 멍 때리기나 단순 취미 활동, 산책을 통해 질 좋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디지털 디톡스를 돕는 각종 어플도 있다. ‘스테이프리(StayFree)’는 원하는 시간만큼 핸드폰 사용을 제한하고 사용 시간과 사용 빈도를 상세히 알려준다. ‘타임스프레드’는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15분마다 1캐시씩 적립된다. 캐시를 모아 아이스크림이나 음료 등 원하는 물건으로 교환할 수 있다.

‘스라밸’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스마트폰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도록 돕는다. 스마트폰 잠금 뿐만 아니라, 자녀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공유하고, 데이터 사용량을 확인할 수도 있다.

‘Forest: 집중하기’는 숲에 씨앗 하나를 심는 것으로 시작한다. 스마트폰을 쓰지 않을 때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된다.

하루에 한 그루씩 나무를 만들어 숲이 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으며 전 세계 사용자와 자신의 숲을 공유할 수도 있다. 프리미엄 버전을 따로 구매했을 때 아프리카에 실제 나무를 한 그루씩 심을 수도 있다.

디지털을 사용할 수 없는 새로운 여행지도 주목받고 있다. 강원도 홍천의 ‘힐리언스선마을’은 휴대폰 통신망이 잡히지 않는 곳에 위치해, 마을에 들어섬과 동시에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 잣나무 숲길 걷기와 명상을 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이곳에서 제공되는 모든 음식이 저염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신체 디톡스 또한 진행할 수 있다.

경상북도 영주에 위치한 ‘국립산림치유원’은 숲의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하여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와 정신 건강을 회복시키는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곳은 TV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와이파이 또한 쓸 수 없다. 디지털과 단절된 채 오롯이 홀로 숲속을 걷거나 휴식하며 규칙적인 생활 리듬을 회복한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사실 장시간 손에 쥐고 있었던 스마트폰을 갑자기 내려놓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자주 사용하던 앱을 화면 안에서 따로 분리하여 정리한 뒤, 하루에 십 분에서 십오 분씩만 사용할 수 있도록 스스로 제한했다. 종이책을 읽는 것과 종이에 메모를 하는 습관을 들이려 노력했고,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시간에는 집안일이나 취미 같은 단순하고 가벼운 일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면서 혼자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간 일과를 파악하기 위해서 휴대폰 속 달력과 메모장을 번갈아 열어 보았다면, 이제는 멍하니 생각하는 시간 속에서 일과나 약속을 정리한다.

그러면서 어린아이와 눈이 마주칠 때에는 용기 내어 손을 흔들어 보기도 하고, 노선을 묻는 이에겐 길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어르신께 지하철 자리를 내어드리면 내 짐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두겠다는 고마운 말도 받는다. 평소엔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을 두 손이 조금 쓸모 있게 부지런해졌다.

가을이 지나간다. 지금 사는 집은 창이 무척 커서 울긋불긋 물든 나무를 내려다보는 일이 즐겁다. 스마트폰이 없는 주말엔 창문에 붙어서 글도 쓰고, 일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그간 미뤄두었던 고민도 한다. 좋아하는 길을 산책할 땐 가을이 끝나간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눈으로 천천히 풍경을 뜯어보고 손으로 만져보고 계절의 냄새도 맡아본다. 카메라를 꺼내는 대신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 좋은 순간을 기억하려고 “또 오자”는 말을 또박또박 건넨다.

디지털을 스스로 제한했을 때, 그렇게 스스로 필요한 때에 맞춰 조절할 수 있을 때에 자신이 일과 쉼의 경계 중 어느 부분에 위치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스스로 일상의 균형을 재어보며 정작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인지, 내게 현재 어떤 게 중요한 지 정리해 볼 수도 있다. 비록 스마트폰이 없는 일상은 고요하고 심심하지만 잔잔히 오래 이어지는 소소한 기쁨은 무척 크다. 주말 하루 만큼은 스마트폰을 멀리 두면서, 올해의 가을을 천천히 잘 보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