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 국수공장과 국수 한 그릇.

나는 국수를 싫어했다. 첫애를 갖기 전까지 그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임신을 하자 국수가 자꾸만 먹고 싶었다. 국숫집 순례를 다녔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동빈동에 있는 여러 색깔의 면을 파는 칼국수 집이 단골이었다. 그걸로 부족해 남편이 퇴근길에 한일 냉면에 들러 매콤한 비빔냉면을 포장해온 것만도 여러 번이었다.

남편 말로는 돌아가신 시할머니가 하루 두 끼 정도 면을 드셨다 한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것이 라면이라고 할 정도로. 배 속에 아이가 할머니 식성을 닮았던가 보다. 그 아이가 지금 청년이 되었고 면을 여전히 즐긴다. 나는 임신했을 때 입맛을 기억하는지 싫어하진 않게 되었다. 아들이 스마트폰까지 이용해서 끓여주는 늦은 밤의 라면이 몸매를 두껍게 만들고 있다.

남편이 잘하는 음식 중 하나가 잔치 국수이다. 일단 국물부터 기가 막히게 만든다. 고명까지 부엌에서 콩콩콩 만들어서 양념장까지 곁들여주니 밤 열 시라도 한 젓가락은 먹게 된다. 이 또한 나를 살찌게 하는 이유다.

구룡포 시장 국숫집에 갔다. 이번 방문이 몇 번째인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KTX매거진에 소개될 정도로 이 집이 요즘 인기이다. 처음 갔을 때는 쌓아 놓은 면발만 보고 돌아왔다. 이번엔 마침 말린 면발을 자르고 포장하는 것까지 볼 수 있었다.

바닥에 떨어진 부스러기들을 한 곳에 담아 놓으셨다. 무엇에 쓰냐고 물으니 다 쓸데가 있단다. 애교 섞인 웃음으로 가르쳐 달라니 따로 사가는 이가 있단다. 가져가서 무얼 하는지 모르시냐고 꼬치꼬치 물으니 국수를 살 거냐고 한다. 네, 팔아드릴게요 하며 또 여쭈었다. 새도 먹고 짐승도 먹는단다. 아하! 할머니 혼자서 사람 먹이고 짐승도 먹이고 새도 먹인다. 거룩한 직업이다. 집에 도착하니 부엌에 일찍 귀가한 우렁각시가 물을 끓이고 있다. 내가 국수 사 올 걸 알기나 한 것처럼. 저녁으로 따끈한 잔치 국수 한 그릇 먹었다. 뭐니 뭐니 해도 내 손 안 가고 얻어먹는 음식이 제일 맛있는 법이다.

/이진아(포항시 남구 중앙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