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조선후기 실학자 최한기 선생의 이론서인 ‘인정, 측인문(人政,測人門)’에 ‘행사상(行事相)’이라는 관상에 대한 기록이 있다. 관상은 상을 살피는 것으로 그 방법이 다양하며 얼굴의 구성을 살피는 면상(面相), 뒷모습이나 골격을 살피는 배상(背相), 또는 골상(骨相), 마음을 살피는 심상(心相)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심상, 즉 마음의 상으로 최종적으로는 마음의 씀씀이가 어떠냐에 따라 길흉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관상이 별로였던 사람이 많은 선행을 베푼 뒤에는 좋은 인상으로 바뀌어 있더라는 이야기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경우이다.

언제부터인가 미신적인 요소로 치부되면서 우리 곁에서 멀어졌던 관상술이지만 실은 오랫동안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던 일종의 경험과학이다. 관상을 단순히 얼굴 생김새만을 본다면 그 정확도가 많이 떨어진다.

왜냐면, 사기꾼의 상당수가 좋은 인상을 풍기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를 보완하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있는데 그중에는 사람의 행동을 가지고 관상을 보는 방법이 있다. 행사상(行事相)을 요약하면, 면상은 배상만 못하고, 배상은 심상만 못하다. 이 심상도 미진한 바가 있다고 생각되므로 행사상만 못하다. 면상, 배상, 심상의 길흉 모두는 반드시 행사에 드러나므로 행사를 버려두고 사람의 상을 살핀다면, 이는 곧 마무리하지 못한 문기(文記)인 셈이다.

최한기는 이론에 따라 외면을 살피는 것을 상법(相法)이라고 하고, 이론에다 관상가의 직관이 더해져서 내면을 살피는 방법을 상술(相術)이라 하면서 이 상술의 어려움에 대해 논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보완적 방법으로 행사상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모든 상의 길흉은 그 사람의 행위로 드러나기에 살피기 어려운 심술을 보다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실제 행사를 통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초나라 관상가에게 장왕(莊王)이 그를 찾아가 상법에 대해 묻자,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신은 사람의 상을 잘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관찰하고 그 사람의 벗을 관찰합니다”. 일상적인 처신이나 인간관계를 통해 그 사람의 상을 보았는데 거의 들어맞더라는 것이다. 결국 인지상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느냐의 여부가 그 사람의 선악과 길흉을 판단하는 주요 요소인 셈이다. 요즘은 인공지능(AI)이 관상까지 보는 시대다. AI 관상가가 최근 정치권에서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창총장에 대해 분석한 관상을 보면 둘 다 강한 고집으로, 추에 대해서는 “성실하고 의지가 강한 편이나 강한 고집으로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결론을 냈고, 윤에 대해서는 “의지가 강하고 목표를 세우면 이를 위해 노력과 최선을 다 하는 편으로 고집스럽게 보여질 수 있으나 이는 목표를 이루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관상앱의 이러한 결과를 단순 재미로 볼 수 있겠지만, 사람은 삶의 족적에 따라 그 얼굴상이 변한다는 것은 확실하므로, 국민들은 이들의 얼굴상을 보면 누구의 삶이 더 부끄러움이 없는지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