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운 식

밭둑 가 돌무더기에 돌을 몇 개 집어던진다

돌과 돌이 부딪히는 소리가

풀꽃이 되어 밭둑 가에도 피어나고

먼 산 진달래꽃으로도 피어난다

어머니가 던진 돌과 할머니가 던진 돌과

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던진 돌과

또 내가 던진 돌과 또 누가 던질 돌이

밭둑 가 한 무더기로 모여서

무슨 말들을 하며 무슨 꿈들을 꾸는 것일까

굳어진 땀방울의 돌을 바라보며

아직도 주먹 같은 돌들이 밭이랑 밑에 숨어서

누구의 땀방울이 되어 기다리는 것일까

돌과 돌이 부딪는 소리가

아픔인 것 같기도 하고 기쁨인 것 같기도 하고

뻐꾹새 울음이 되어 들리기도 하고

소쩍새 울음이 되어 들리기도 한다

비옥한 땅을 만들고자 밭에 박힌 돌을 골라내 던지며 시인은 노동의 대물림에 대해, 그 질긴 운명의 고리 같은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머니, 할머니, 아버지의 할아버지 때도 돌을 골라 내던지며 비옥한 땅을 만들기 위한 엄청난 노력을 쏟아 부었던 것이리라. 돌과 돌이 부딪는 소리가 아픔이 되기도 하고 기쁨이 되기도 한다는 시인의 말에서 노동의 신성한 가치를 옹호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