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몬스터’ 연출한 봉준영 감독
누아르·코미디·공포· 스릴러 섞어

봉준영 감독. /영화사 그램 제공
누아르에 코미디, 공포, 스릴러를 섞은 기묘한 장르의 영화가 나왔다.

영화 ‘럭키 몬스터’를 연출한 봉준영 감독은 첫 장편영화임에도 변칙적인 장르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현해 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봉 감독의 얼굴에는 첫 장편 영화를 내놓은 긴장감이 역력했다. 처음 해본다는 인터뷰에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작품에 관한 질문에는 조곤조곤 자기 생각을 밝혔다.

영화는 환청을 듣는 도맹수가 머릿속에 들려온 소리로 로또 1등에 당첨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소재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코미디, 공포, 스릴러 요소가 툭툭 튀어나오는 전개 방식이 눈길을 끈다.

봉 감독은 “장르에 변형을 주고 싶었다”며 “전체적으로 누아르 영화지만, 다른 장르를 조합해 어느 하나에 빠지기보다는 복합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럭키 몬스터’가 낄낄거리며 보다가 정색하게 되는 영화가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영화에서는 ‘럭키’와 ‘몬스터’가 합쳐진 제목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요소들을조합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신경을 썼다.

봉 감독은 “길을 가다가 안 어울리는 두 사람을 보면 어떤 관계일지, 뒷이야기가 있을지 생각하게 되는데 관객들이 이런 상상을 하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봉 감독은 다소 늦은 나이에 영화인의 길로 들어섰다. 대학교에서 중국어와 심리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평범한 직장생활을 했다. 어릴 적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앞날이 험난한 영화를 생업으로 삼기는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봉 감독은 “대학교 때 영화 동아리에 찾아갔는데 한 선배가 이불을 돌돌 말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며 “당시에는 직장은 돈을 벌어야 하는데 여기(영화계)는 너무 고통스러운 느낌인가 싶어서 뒷걸음질 쳤다”고 말했다.

다만 창작에 대한 욕심은 포기하지 못했다. 졸업 후 직업으로 카피라이터를 선택한 것도 창작과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국내 굴지의 광고회사에 다녔고, 한보험회사의 광고 카피 ‘마음이 합니다’로 인정도 받았다.

그러던 중 ‘내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돌연 회사를 휴직하고 영화를 배우러 나섰다. 한국영화아카데미 과정에도 지원했지만 연달아 낙방했다가 가까스로합격했다.

봉 감독은 “더 늦어지기 전에 결단을 내리고 회사를 나왔는데 너무 기반이 없는상태에서 시작하려니 힘들었다”며 “그래도 후회한 적은 없다. 경제적으로 힘든 것 말고는…”이라며 웃었다.

앞으로 봉 감독이 만들고 싶은 작품은 장르를 불문하고 ‘재밌는 영화’다. 그는 “영화에서는 유머와 스릴이 가장 객관적인 포인트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음 작품으로 미스터리를 구상하고 있는데 궁극적으로는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