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선후보군 최상위 등극은 국민의힘의 존재가치에 의문을 던지게 하는 기현상이다. 정부·여당을 견제해야 하는 제1야당의 사명은 물론이고, 차기 대선주자를 부각시키는 일에도 여전히 이렇다 할 성과를 내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민심을 돌려세우기 위한 방책에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에게 딴죽을 거는 일들이 종식되지 않고 있다. 끝장토론이라도 해서 당론을 정비하고 통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구제 불능의 상태에 빠진 제1야당의 대수술을 위해 초빙된 외래 의사다. 오만 비난을 무릅쓰면서 망월동 국립5·18민주묘지 추모탑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를 했다. 공정경제(기업규제) 3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도 찬성 의사를 밝히고,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서도 ‘무조건 반대’의 입장에서 한 발을 뺐다. 어떻게 해서든지 국민의힘이 달라졌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주어 인정을 받으려는 치열한 몸부림으로 읽힌다.

그러나 국민의힘 당내는 중구난방이다. 장제원 의원이 앞장서서 어깃장을 놓고 있다. 장 의원은 김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사사건건 비판을 가하고 있다. 윤석열 현상마저도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짜증 섞인 ‘NO 정치’와 사람을 배척하는 ‘뺄셈의 정치’가 윤 총장의 ‘거침없는 카리스마’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있다”며 몰아붙인다.

비대위 행보를 비토하는 당내 세력들은 김 비대위원장이 스스로 대권 욕심을 내려놓지 않았다고 의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김 비대위원장이 거듭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의로 듣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그러나 어떤 이유가 됐든지 간에 가뜩이나 존재감이 사라지고 있는 제1야당이 이렇게 중구난방 봉숭아학당처럼 덩컹거리고 있는 것은 큰일이다. 국민의힘을 여전히 수구꼴통으로 인식하는 국민이 줄어들었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밤샘 논쟁, 끝장토론을 통해서라도 당론부터 정비해야 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예전처럼 극소수 꼴통보수 세력에게 발목이 잡혀서 국민이 여전히 넌더리를 내는 보수 기득권층 관성을 드러내서는 안 된다. 이러다가는 영영 다시 일어설 수 없을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