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 <br>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늘 걸어다니던 캠퍼스 길이 사라졌다. 수북히 쌓인 낙엽으로 사라진 길 사이로 빨강색, 노랑색으로 물들은 낙엽을 밟으며 걷는다. 느려진 발걸음 속도는 낙엽과 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린색의 녹음을 놓으면서 변한 낙엽의 색깔은 여전히 멋있다. 마무리가 한창인 나무들의 속삭임이 들려온다. 자연도 사람도 마무리가 좋아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바이든이 승리한 가운데 트럼프 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면서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지만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미국이 부정선거로 대통령이 결정될 정도로 타락했다고 믿고 싶지는 않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언론 인터뷰가 주목을 끈다. 그 언론 인터뷰는 트럼프에게 오바마가 개표 다음 날 새벽 3시에 전화를 걸어 축하의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으로 시작된다. 4년 전 전체 투표에서는 지고도 미국만의 독특한 제도인 주별 선거인단 선거에서 어렵게 이긴 그리고 그러한 주별 선거인단 선거도 주요 주에서 불과 1% 마진으로 이겨 선거인단을 가져간 트럼프에게 흔쾌히 축하 전화를 했다는 내용이다. 오바마는 그 인터뷰에서 “President is a temporary occupant and public servant”( 대통령은 임시직이며 공직 봉사자 일뿐이다) 라고 말한다. 시간이 되면 직을 물려주는 게 당연하며 그것을 자기 것이라는 욕심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 정치의 불행한 역사는 이 오바마의 대통령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지키지 않은데서 시작 되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지금 정치는 큰 위기에 처해있다. 사실이 중요하지 않은 온라인 상의 잘못된 정보 확산이 국민의 분열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이런 정치적 분열로 국민의 분열이 심각할 정도이다.

‘진실의 쇠퇴’(Truth decay) 라는 책도 나왔지만, 진실의 쇠퇴가 한국이나 미국의 분열을 극대화한 원인이라고 봤다. “사실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조롱거리로 여기는 ‘진실의 쇠퇴’가 분열에 엄청난 기여를 했다”면서 그러면서 분열을 치료하기 위해선 ‘사실’부터 바로세워야 한다. 사실과 의견 사이의 경계가 흔들려 의견을 믿게 하려고 사실을 조작하고, 사실의 출처에 대하여도 믿지 않고, 오직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는 출처만 믿으려고 하는 그런 현상이 만연되고 있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 오바마는 4년 전 트럼프의 모함에 엄청 억울했으나, 미국 민주주의 상징인 평화적인 정권 이양 작업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히면서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 누구의 자존심보다도 훨씬 크다”고 했다. 바로 “민주주의가 개인의 이기심과 자존심 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린 깨달아야 한다.

‘낙화(落花)’라는 시에서 작가 이형기는 “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고 했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점을 우리는 이 시에서 배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