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도 현

황조롱이 한 마리 공중에 떴다. 16층 창밖에 정지상태다

내 눈썹 높이와 한치 어김없는 일직선이다

생각하니, 허공에 걸린 또 하나의 팽팽한 눈썹이다

(….)

위에서 내리누르는 바람과 아래에서 떠받치는 바람을 발톱 끝에 말아 쥐었다

그는 침묵하고 있다. 입을 다물고 있는 동안 부리는 더욱 단단해지고 날카로워졌다

나는 낡아가는데

그는 오만한 독학생 같다

세상의 책에다 밑줄 하나 긋지 않고 있다

밑줄 같은 건

먼 산맥의 능선과 굽이치는 강물에다 일찌감치 다 그어두었다는 듯

(….)

시인은 16층 연구실 창밖 높은 나무에 묵묵히 앉아 있는 황조롱이 한 마리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에 대한 태도와 열정을 반성하고 있음을 본다. 새는 먼 산맥과 능선에 밑줄을 긋고 있는데 교수로서의 자신의 공부는, 시인으로서의 가멸찬 시업은, 어떠한가를 떠올리며 그러하지 못했던 시간을 반성하며 자신을 다잡고 정진해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이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