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5개 지자체장 합의한
용역 결과 4년 만에 바꿔
국민과의 약속 ‘헌신짝’
“기술적 부분 문제 있다면
보완 추진하는 것이 당연
김해신공항 건설 당초대로”

대구와 경북이 ‘뿔’났다. 17일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백지화시키면서, 지난 2016년 영남권 5개 지자체장이 합의했던 영남권 신공항 입지 용역결과(김해신공항 건설)를 4년 만에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날 검증위의 ‘김해공항 확장안 백지화’ 발표 이후, 대구와 경북은 “정치권이 선거를 앞두고 지역표심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국가정책을 뒤집었다”며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날 ‘김해신공항 검증결과 발표에 대한 대구·경북의 입장문’을 통해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은 1995년 노무현 정부시절부터 오랜 갈등과 논란 끝에 세계적 공항전문기관(ADPi)의 용역을 거쳐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 중요한 국책사업”이라며 “지난 해 12월, 부·울·경의 억지 요구로 김해신공항 검증을 시작하면서 총리실에서는 ‘정치적 판단을 일체 배제하고 오로지 기술적 부분만 검증하겠다’고 밝혔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안전성 등에 문제가 없어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공언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일부지역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업 백지화는 물론 향후 입지까지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으며, 심지어 입지 적정성검토 용역비까지 예산에 반영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증결과에서 제기된 것처럼 기술적인 부분 등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보완해 추진하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균형발전과 국민과의 약속은 뒷전이며, 오로지 선거를 의식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면 영남권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가는 행위이며, 국민들은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치적 상황에 따라서 언제든지 국가정책을 뒤집을 수 있다는 나쁜 선례를 남기고, 국민과의 약속을 송두리째 깔아 뭉개는 정부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앞으로 진행되는 모든 절차에 대해서는 영남권 5개 시·도의 합의가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구와 경북의 시민단체 역시 ‘김해공항 확장안 백지화’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냈다.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김해신공항 확장안 재검토가) ‘김해신공항 백지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주장이 현실화되는 출발이 아닌가 생각돼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책사업을 일부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에 손바닥 뒤집듯 한다는 것이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대한민국 정부란 말인가. 실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가덕도 건설 강행 시에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좌시하지 않고 막을 것”이라면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나라의 백년대계인 공항정책을 흔들거나 바꾸지 말라.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향후 있을 대선에서 표에 눈이 멀어 국가의 미래가 걸려있는 국책사업을 방해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김해신공항 확장안 재검토는 코미디 같은 일이다. 웃기는 현실 아니냐. 지금까지 갈등과 논란 그런 과정을 지나며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뒤집히는 것을 보니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지역의 경제계도 김해신공항 확장안 백지화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철회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날 대구상공회의소 등 대구경제단체는 “지난 4년 이상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온 김해신공항 확장안이 백지화된 것에 대해 대구·경북의 경제인들은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애초 대구·경북의 발전을 한걸음 양보하고 밀양을 후보지로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정부가 결정했던 김해신공항 확장안을 정부 스스로 뒤집는 어처구니 없는 결정이다”고 했다.

이들은 “일부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주장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이라며 “국가발전을 위한 사업에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의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지역 간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경제인들은 “대구·경북의 발전을 위해 신공항을 염원하는 뜻을 모아 통합신공항의 입지를 선정하고 이제 첫걸음을 내딛는 대구·경북 민에게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며 “지방의 균형 있는 발전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김해신공항 확장안 백지화를 철회해 줄 것”을 촉구했다. /이곤영·심상선기자

    이곤영·심상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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