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대수필가
윤영대
수필가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곳이 여행사와 항공사인 듯하다. 그래서 새로운 여행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무착륙 관광비행’이라는 것이다. 항공법상 한 지점을 이륙하여 정해진 노선을 돌고 착륙 없이 다시 이륙지점으로 되돌아오는 비행을 말한다. 세계항공업계도 ‘목적지 없는 비행’이 생각보다 큰 호응을 얻고 있는 모양이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해외에 착륙하지 않고 상공만 비행하고 오는 노선도 국제선으로 분류하고 면세품 쇼핑도 긍정적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하니 코로나에 찌든 여행업계도 반색이다.

10월 초, 에어부산은 항공 관련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승무원 체험학습 비행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시행하였고, 월말에는 일반 승객을 태우고 두 차례의 무착륙 비행을 선보였다. 대한항공과 다른 저가항공사들도 이를 추진 중이며 점차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에서는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하여 강릉-포항-김해-제주 상공을 돌아오는 ‘한반도 일주 비행’상품을 내놓았다. 초대형 항공기 A380 기종으로 비즈니스석을 비롯하여 20~30만 원 선이었지만 완판되었고 지금까지 4회 운항하여 여행객들의 반응도 좋다.

이에 앞서 제주항공이 국내 최초로 ‘비행기 속 하늘여행’으로 1시간 반 정도 우리 땅 위를 반시계방향으로 날며 관광비행을 했고, 진에어도 ‘홍콩여행’ 테마로 인천에서 이륙하여 광주-제주-부산 상공을 돌아오며 탑승객에게 기내식과 홍콩여행 기념품을 주는 상품을 내놨다. 모두 평균 85% 탑승률을 기록했다.

이뿐만 아니다. 국내 경비행기 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4인 이하의 경비행기는 고도 500피트까지 하강할 수 있어 저공비행으로 관광명소를 관망할 수 있으니 한번 타보고 싶다. 오래전 헬기로 미국 그랜드캐년 협곡을 돌아보았고 열기구를 타고 터키 카파도키아 계곡 위를 떠다녔던 기억을 되살려 보니, 우리 동해의 울릉도와 독도, 제주 한라산 백록담, 더 나아가 대마도까지 한눈에 담고 오는 관광비행도 좋으리라.

더 나아가 해외 무착륙 관광여행을 하려면 몇 가지 문제점도 있다. 면세품 취급에 대해서는 관세청이 그 범위를 정해야 하고 여행객들을 출국자로 할 것인지의 여부는 법무부가, 또 노선 신설은 국토교통부가 결정해야 한다. 이미 세계 항공사 중에 40여 개가 파산 및 운영중단을 했다고 하니 우리는 현명하게 대처하여 항공사와 여행사 그리고 면세품업계에 숨통을 틔워주자.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비행 루트도 개발하고 기내 이벤트와 서비스의 새로운 방향 모색도 필요하다.

그냥 비행장에서 앉아 있는 비행기를 띄워서 코로나에 발 묶여 있는 해외여행 희망자들의 마음을 반이라도 풀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비행 중 지상의 풍경이나 유적지를 가상현실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여행지에 내려 관광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도 좋겠다. 일부 항공사는 기내식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한다. 나도 한때 기내식 먹는 것이 취미라고 허풍을 떨기도 했는데 코로나 덕분에 높은 아파트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한번 먹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