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미국 대선이 막을 내렸다. 시민들은 선거로 참여하며 민주적 결정과정에 할 일을 다 하였다. 다만, 승자와 패자를 최종 가늠하기에 법적이며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할 모양이다. 마지막 진통이 민주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미 가라앉는 듯한 미국의 국격에 또 한 차례 흠집을 내는 결과를 빚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험한 대선의 길목에서 주목받는 사람이 있다.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여성이자 흑인이며 아시아와 아프리카 혈통을 가지고 있어 바뀌어 가는 미국의 저변 시민 인구층에 넓은 지지세와 소구력을 확장하였다. 마흔다섯 대통령을 배출해온 미국에서 최초로 그런 배경을 가진 부통령이 될 모양이다.

미국에서 모든 여성이 투표에 참여하게 된 것은 놀랍게도 1965년이었다. 1920년에 여성참정권이 시행되었지만, 남부 흑인여성들에게는 거친 인종차별과 함께 참정권이 제한되었다. 해리스가 성적, 인종적, 문화적 차별의 벽을 딛고 오늘의 자리에 오른 일은 가히 역사적이다. 그가 ‘이것이 처음이지만 마지막은 아니어야 한다’고 말한 것도 미국이 나아가는 길에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선거의 승리를 놓고 CNN 앵커 밴 존스(Van Jones)는 ‘이제야 아빠 노릇하는 게 쉬워졌다’며 눈물을 흘렸다. 백인경찰이 흑인남성의 목을 눌러 숨지게 했던 조지플로이드(George Floyd)사건이 있었다. 공분을 자아냈던 한마디 절규 ‘숨쉴 수 없다(I can’t breathe.)’는 그 뿐 아니라 모든 흑인들이 날마다 겪는 차별과 혐오였다며 이제야 벗어날 가능성이 보인다고 하였다.

미국에서 아시안은 누구인가. 인도 출신 어머니를 둔 해리스 덕에 아시안아메리칸에 대한 관심도 높아갈 터이다. 아시안들은 상대적으로 명석하고 출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로 여겨진다. 미국 주류사회를 겨냥하며 살아가는 아시아 출신 이민자들에게도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우리정부는 해외교포 정책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지고 교민들이 한국과 한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유지하며 일등시민으로 살아가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해리스가 말하는 ‘다음 기회’에는 한국 출신 누군가가 반드시 성공의 닻을 올릴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

미국이 바뀌어 간다. 밖에서 보아도 부끄러울 만큼 분열과 단절의 벽을 쌓아 올리던 미국이 조금씩 변할 모양이다. 실제로 바뀌려면 이긴 사람들이 잘 해야 한다. 졌다는 일로만도 상처가 깊을 ‘절반의 미국’에게 상생과 화해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바이든 당선자가 선언했듯이 ‘우리가 서로 반대편에 서 있었지만 한 번도 적은 아니었다’는 생각을 살려내야 한다.

우리는 어떤가. 나라 안에 보이는 분열과 차별, 단절과 균열을 어찌해야 하는가.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다 한들, 하나가 되지 못하는 국민은 좋은 나라를 만들 방법이 없다. 우리가 겪었던 유사한 경험을 태평양 건너에서 다시 목격하는 오늘, 우리는 우리의 다짐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