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참

(….)

그는 하얗게 질려 방바닥에 쓰러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창밖은 캄캄하고 하늘엔 붉은 별들이 둥둥 떠다닌다 그는 간신히 일어나 통에 담긴 알약을 씹으며 집안의 창문들을 잠그기 시작한다 화장실과 목욕탕 사이의 창문과 거실 구석의 창문도 모두 잠근다 방으로 돌아와 커튼을 열어본다 창고 옆에는 빈 의자만 남아 있다

방바닥에 누워 이불을 덮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마당을 바라보니 창고 옆 나무의자에 누군가 앉아 있는 것 같다 그는 현기증을 느끼며 방바닥에 주저앉는다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마음을 진정시킨 후 조심스레 잠을 청하지만 천장에 붙어 있는 시퍼런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그의 두 눈을 내려다본다

타자의 시선에서 벗어나기 위한 애씀이 시 전체에서 느껴진다. 타자의 간섭이나 통제, 침입은 자신을 억누르고, 뺏어가 버린다고 느낀 시인은 집안의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잠그고 방바닥에 눕지만, 천장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눈이 있음을 느끼고 공포는 극에 달하고 있다. 타자의 간섭과 통제에서 벗어나서 진정한 자신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시인의 몸부림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