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젊은 피·용병 등 ‘맹활약’
공수 등 모든 부분서 강팀 면모
5년만에 ACL 진출도 ‘기대감’

지난 1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상주상무를 3-1로 격파, 리그 3위로 ‘하나원큐 K리그1 2020’을 마무리한 포항스틸러스 선수들이 함께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포항스틸러스 제공.
올해의 포항스틸러스는 강했다. 포항은 ‘하나원큐 K리그1 2020’에서 전북, 울산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오래전 세르지오 파이아스 전 감독이나 황선홍 전 감독처럼 K리그를 떠나 세계 유수의 축구클럽들까지 들썩이게 했던 시절의 포항과는 아직 비교할 수 없지만, 올해 포항은 그 향수를 불러올 뻔(?) 했다. 27경기에서 56득점, 리그 내에서 팀 득점 1위에 빛나는 화끈한 공격력과 노련하고 끈질긴 수비, 공수를 유연하게 잇는 중원에서의 볼 배급까지 모든 부분에서 포항은 강팀의 모습이었다.

중심에는 당연히 김기동 포항스틸러스 감독이 있다. 지난해 6월 최순호 감독의 시즌 중 전격 사퇴 이후 급하게 지휘봉을 넘겨받은 김 감독은 강팀의 1순위는 선수가 아니라 감독이라는 걸 몸소 증명해냈다. 김 감독은 지난 5일 개최된 K리그1 대상 시상식에서 최고감독상을 수상했다. 이전까지 리그 3위팀 감독에게 최고감독상을 수상한 전례가 없었다. 그만큼 김 감독의 역량이 빛났다는 반증이다. 리그 3위팀 감독으로는 K리그 역사상 최초로 김기동 감독이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의 핵심은 신기(神氣)에 가까운 용병술이다. 리그 초반 심상민, 김용환, 허용준까지 주전선수들이 한꺼번에 상주상무로 입대하는 와중에서도 적재적소의 인원을 차출, 주전으로 투입시키면서 감독의 진가를 발휘했다. 권완규와 박재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베테랑 멀티플레이어 오범석을 영입해 공백을 최소화했다.

동시에 송민규, 이승모, 고영준 등 젊은피들을 과감하게 경기장으로 내보내 성과를 만들어냈다.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송민규는 올해 타 후보들과 압도적인 표 차이로 영플레이어상을 받았고, 생애 최초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승모 역시 19경기에 출전하면서 팀의 주축으로 성장했고, 고영준은 팀 통산 1천800번째 골이라는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이 외에도 시즌 중반 팔로세비치의 부상 공백을 팔라시오스 시프트로 메웠고, 상주상무에서 공격수로 크게 활약한 복귀한 강상우를 좌측 풀백으로 기용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다. 올해 1월, 임대 선수였던 최영준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준 것도 역시나 김 감독이다. 결과적으로 그의 도전들은 모두 성공했다. 5년만에 ACL 진출도 이뤄냈다.

‘명가(名家) 재건’에 닿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포항에게 ‘하얀 쥐(庚子)’의 해(年)는 ‘명가 재건의 기틀을 마련한 해’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다가오는 2021년이 중요하다. 당장 내년 2월부터 ACL 예선전을 치러야 하고, 동시에 리그 경기도 소화해야 한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그만큼 단단한 채비를 할 필요가 있다.

연말까지인 김기동 감독과의 재계약을 위해 포항 구단은 현재 김 감독과의 재계약 협상을 진행 중이다. 타 구단과의 접촉을 모두 거절한 만큼, 김 감독 역시 포항과의 인연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선수들의 상황은 유동적이다. ‘골 게터(Goal getter)’이자 포항의 주축 선수인 일류첸코의 경우, 올 연말까지가 계약기간이다. 팀 내 득점 1위를 기록한 만큼, 타 구단에서도 1순위로 눈독을 들이고 있는 선수다.

올해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송민규 역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고도움상 수상자인 강상우의 상황도 그렇다. 재정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한 포항 구단의 입장에서는 이들 선수의 거취가 큰 고민거리다. 1년 반 동안 중원에서 활약한 팔로세비치는 올해로 임대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팀 내 맞형이자 수비진의 주축, ‘원클럽맨’인 김광석과의 계약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1983년생인 김광석의 나이를 생각해보면, 사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다. 올해 구단과의 재계약에서 기간을 1년으로 정한 이유 역시 그렇다. 내년에도 포항 구단에 남아 선수 생활을 이어갈 지에 대해서는 선수 본인만이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1년 맞입대인 최영준의 소속팀 복귀도 해결해야 할 난제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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