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원 도

그때 아버지의 말은

누구보다 우리 집 형편을 잘 알아서

과로에 몸살 난 몸으로도 억척으로 일했다

새벽길 나서던 아버지 시름 떨치는 콧노래에도

긴 말총, 엉덩이 실룩 잘도 장단 맞추며

마차가 삐걱거리도록 과적을 하여도

묵묵히 투정하나 없이 넘던 고개

새벽녘 별빛과

말의 눈매와 아버지의 눈시울은

서글서글하니 한 식구처럼 닮아서

아버지 재촉하던 말발굽 자국이

화인(火印)처럼 날아와 박혔다

아버지 몸살이라도 날라 치거나

엄살이라도 앓아누우면

어머니 대리 마부가 되어 새벽 마차를 몰았다

한 때 필자와 포항 지역문학운동에 함께한 적이 있는 시인은 진솔하고 참된 사람이다. 시인의 어린 시절 아버지는 마부(馬夫)였다. 아버지의 말은 날랜 말이 아니라 짐을 실어나르는 말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주인에게 묵묵히 순종 순응하며 살아온 말은 아버지의 가난하고 궁핍했던 한 생과 함께한 부지런한 말이었다. 어쩌면 아버지도 말이었는지 모른다. 가족이라는 짐을 등에 지고 묵묵히 생의 길을 걸어간 말이었는지 모른다는 시인의 인식 속에 이 땅의 아버지들을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