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동 헌

사포강 지나 죽천 솔밭엔

새벽 5시면 문을 여는 텃밭 마트가 있다

추수감사절 장 보러

어머니와 함께 마트로 간다

오늘은 조금 늦게 문을 열었지만

청경채와 무, 배추는 신선하다

마트로 바뀌는 텃밭

이 마트의 신개념 마케팅은

바리바리 담아 주는 마음

텃밭 마트로 오세요

감사하는 마음만 가지고 오세요

무엇을 사든 값은 지불되었으니까요

삽시간에 몰리는 봉다리들

감사 편지들이 싱싱하게 딸려온다

사포강은 포항 양덕지역의 신도시 형성으로 지워져 버린, 죽천 솔밭을 지나 영일만으로 흘러드는 작은 하천이었다. 죽천이 고향인 시인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사포강가 솔숲 언저리 텃밭에서 신선한 푸성귀를 키웠던 행복했던 시간을 들려주고 있다. 필자는 이 시를 읽으며 시인의 착하고 정직한 성품과 텃밭은 참 닮았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풋풋하고 신선한 채소를 거두며 감사하는 맑은 물기 어린 깨끗한 시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