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카의 뇌’

칼 세이건 지음·사이언스북스 펴냄
과학·2만2천원

현대 천문학을 대표하는 저명한 과학자인 칼 세이건(1934~1996·사진)은 1980년대에 텔레비전 과학 다큐멘터리 시리즈 ‘코스모스’의 해설자로 나서 생명의 탄생부터 광대한 우주의 신비까지 까다롭고 난해한 개념을 이해하기 쉽고 명쾌하게 전달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 세계 60여 개 나라에서 방송돼 7억5천만 명이 시청하는 전설적인 기록을 남겼고, “까다로운 우주의 신비를 안방에 쉽고도 생생하게 전달했다”는 평가와 함께 권위 있는 에미상을 수상했다.

그 프로그램 내용을 책으로 옮긴 ‘코스모스’는 영어판만 600만 부가 팔리고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70주 연속 오를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모은 교양서의 걸작이다.

이 역작의 출간 40주년을 맞아 그의 과학 에세이 ‘브로카의 뇌: 과학과 과학스러움에 대하여’(사이언스북스) 완역본이 국내 첫 출간됐다.

‘브로카의 뇌’는 ‘코스모스’보다 1년 앞선 1979년 출간됐다. 칼 세이건이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피직스 투데이’ 등의 과학잡지와 ‘플레이 보이’, ‘애틀랜틱 먼슬리’ 등 대중 잡지 등 여러 매체에 발표했던 에세이들을 모아 놓은 책이다.

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경계 과학 또는 대중 과학, 유사 과학, 사이비 과학 등에 대한 비평, 아인슈타인이라는 위대한 과학자에 관한 평전,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 사이 미국 천문학의 역사, 태양계 행성 탐사와 인공지능 로봇의 전망에 대한 논평, 종교에 대한 성찰 등 다양한 이야기를 5부 25장에 걸쳐 다룬다.

“만약 과학이 일반적인 흥미와 관심의 주제라면, 만약 그 즐거움과 사회적인 중요성이 학교와 언론, 그리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정규적으로 충분히 논의된다면, 세계의 실제 모습을 배우고 세계와 인간 모두를 향상시킬 가능성을 크게 증진할 수 있을 것이다. 때때로 나를 사로잡는 이 생각은 포르말린과 함께 느리게 움직이는 브로카의 뇌 속에도 여전히 깃들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탄생 100주년에 출간돼 주목받기도 했다. 칼 세이건에게 퓰리처상을 안기고 100만부 이상 팔리며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수식어를 안겨준 ‘에덴의 용’(1977년)과 ‘코스모스’(1980년) 사이에 출간된 책이다.

금성의 대기 환경을 분석하고, 나사(NASA)에서 행성 탐사 계획을 짜던 과학자가 대중 과학 저술가로, 전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과학 사상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제1부 ‘과학과 인간’은 과학과 인간 사회의 관계를 성찰하며, 2부 ‘역설가들’은 임마누엘 벨리콥스키(1895~1979) 등 역설가들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어 3부 ‘우주의 이웃’은 행성 과학의 이모저모를 소개하고, 4부 ‘미래’는 천문학과 우주 과학, 그리고 우주 탐사 기술의 미래를 다룬다. 마지막 5부 ‘궁극적인 질문들’에서는종교, 우주의 운명, 죽음 같은 큰 문제들을 만날 수 있다.

저자는 1978년 10월에 쓴 머리말에서 “세상은 서로 연결돼 있으며 책의 주제들 역시 서로 연결돼 있다”며 “세계 자체가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이 외부 현실을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할지도 모르는 적당한 성능의 감각 기관들과 뇌, 그리고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인지한다”고 말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