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으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플랫폼의 시장이 더욱이 급성장하고 있다. 나 또한 하루에도 적지 않은 시간을 스트리밍 플랫폼에 사용하고 있는데, ‘넷플릭스’의 시리즈물 드라마나 다큐멘터리는 이미 본 것이라도 습관적으로 틀어 놓는 편이다. 영화가 보고 싶을 땐 ‘왓챠’ 서비스를 애용하고, 연재 중인 만화를 다시 보고 싶을 땐 ‘라프텔’을 이용하고 있다.

OTT 플랫폼인 ‘디즈니 플러스’는 최근 ‘그룹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개했다. 그룹 스트리밍 서비스란 각기 다른 곳에 있는 이용자들이 같은 영상을 보며 실시간으로 댓글을 나눌 수 있는 서비스다. 가까운 지인이나 연인과 함께 장소나 시간의 구애 없이 영화와 TV쇼를 보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실제로 한 공간에서 수다를 떠는 듯 흥미롭고 생각보다 영화의 몰입도 또한 나쁘지 않다. 최대 7명까지 시청할 수 있으며 PC나 모바일, 스마트 TV에서 사용할 수 있고, 영화의 몰입감에 방해된다면 이모티콘을 사용해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와 ‘왓챠’도 그룹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한다. ‘넷플릭스 파티’는 크롬 기반의 웹브라우저를 통해 URL을 생성하고, 공유 링크를 통해 이용자가 접속해 같은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다. 채팅방에 입장한 모든 이들이 동영상을 멈추거나 돌려볼 수 있으며 실시간 채팅도 가능하다. 각자의 공간에서 함께 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 새롭고도 안정된 시청 환경을 느낄 수 있다.

‘왓챠 파티’ 또한 공유 링크를 통해 이용자들이 입장할 수 있다. 왓챠에서 제공되는 모든 콘텐츠를 왓챠 파티로 감상할 수 있어 영화 감상 모임을 꾸리거나 아이돌 영상을 찾아보는 특정 팬덤이 만나 작은 콘서트를 만들어 볼 수도 있다. 언택트 시대에 걸맞은 색다른 소통법이자 함께 콘텐츠를 공유하고 교감하며 늘 플랫폼으로 연결되어 있는 MZ세대의 소통법과도 무척 닮았다.

그룹 스트리밍 서비스는 게임 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인 ‘트위치’가 앞서 시작했다. 게이머는 스트리머(Streamer)로 불리며, 스트리머가 게임을 하면 실시간으로 시청자들은 댓글을 달며 소통에 참여한다. 게임을 이기는 조건으로 후원금을 걸거나 특정 행동을 주도하는 등 흥미 요소를 일으키고 분위기를 이끈다.

댓글 달기는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즐기고 교류하며 MZ세대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콘텐츠를 그저 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댓글 문화의 영향력은 상상이상으로 크다. 가수 비는 지난 2017년 미니 앨범 ‘MY LIFE愛’의 타이틀 곡 ‘깡’을 발표했다. 음원을 발표한 당시 일관성 없는 가사와 독특한 안무로 혹평을 들으며 빠르게 묻혔지만 호박진서연이란 유튜버가 1일 1깡 챌린지(하루에 한 번씩 춤을 추는 )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 이후에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다. 비의 춤을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우스꽝스럽게 춘 것인데 의외로 이 동영상에 많은 이들이 몰렸다.

그들은 오히려 역대급 혹평에 관심을 가지며 댓글을 달았고, 댓글에 대댓글을 달아 동조하며 또 하나의 재미를 만들어 냈다.

비의 노래 제목인 ‘깡’에 걸맞게 ‘깡’으로 끝나는 과자 제품 광고를 찍어야 한다는 댓글에는 실제로 의견이 반영되어 과자 회사의 마케팅으로 활용됐다. 가수 비에게 제2의 전성기라 불릴 만큼 새로운 밈(meme)을 일으켰다.

MZ세대는 센스 있고 재미있는 댓글을 발견하는 ‘댓글 맛집’ 영상을 찾아다닌다.

올해 초 ‘숨듣명’이라는 유행어를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숨듣명이란 ‘숨어 듣는 명곡’이라는 뜻으로 나에게는 명곡이지만 밖에 나가 듣기에는 꺼려지는 노래를 일컫는다.

주로 2010년대 발표작이며 독특한 음과 난해하고 모순적인 가사로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노래가 주를 이룬다. 비의 ‘깡’을 시작으로 제국의 아이들의 ‘마젤토브’, 틴탑의 ‘향수 뿌리지마’, 유키스의 ‘만만하니’ 등 발표된 당시 잠잠했던 곡들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해당 영상뿐만 아니라 반응이 좋은 동영상의 댓글을 모은 ‘댓글 모음’ 콘텐츠는 현재까지도 성행하고 있다.

숨듣명은 유튜브 채널 ‘문명특급’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문명특급’은 숨듣명 콘텐츠로 MZ세대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2010년 전후 당시 괴작 취급을 받았던 가요를 재발굴해 새롭고도 신선한 콘텐츠를 이끌어 냈다는 평을 받았다.

MZ세대는 2010년 전후에 즐겨 들었던 가요를 중심으로 추억 여행을 한다. 노래가 출시되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거나 노래 가사와 얽힌 웃긴 일화를 댓글로 공유한다.

여기에 B급 정서의 노랫말과 일반인은 소화하지 못 할 가수의 의상, 한때 유행이었던 패션 소품을 보는 재미를 나눈다. 그간 완벽한 발라드곡에 지친 이들이 심플한 댄스곡이나 B급 감성이 느껴지는 단순한 곡을 선호하는 것 같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게 MZ세대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그들만의 ‘판’을 짠다. MBC ‘놀면 뭐하니?’의 회심작 그룹 ‘환불원정대’는 SNS의 댓글에서 시작되었다. 한 댓글인은 한 때 가요계를 대표했던 여성 가수와 현재 강한 인상으로 트렌드를 이끄는 가수를 모아 환불원정대의 데뷔를 제안했다.

댓글을 본 가수 이효리의 긍정적인 반응으로 인해 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 등 4명의 가수가 빠르게 모여 그룹이 탄생했다. 환불원정대는 데뷔 과정으로 예능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끌 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의 관심과 주목 속에서 화려하게 데뷔했다.

MZ세대는 어디에서나 그들만의 판을 다양한 콘텐츠로 이끌어 가고 있다. ‘에브리타임’은 전국 대학생의 휴대폰에 하나씩은 꼭 깔려 있는 애플리케이션이다. 대학교 시간표 스케줄을 보기 쉽게 정리할 수 있으며, 여기에 대학교 커뮤니티의 역할을 겸하고 있어 대학생들 사이에서 이용률이 매우 높다.

앱을 사용하여 휴대폰 배경화면에 시간표를 띄울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학점 계산기, 강의평 열람도 가능하다. 주로 사용하는 건 커뮤니티인데 그들만의 강의 후기를 공유하거나 취업 이야기, 편입 상담, 스터디 모집, 중고 서적 거래, 드라마 추천, 물건 나눔 등 고루 이루어진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익명성이 보장되는 댓글 문화 덕분에 자신만의 경험이나 노하우 등을 빠르게 공유한다. 학교별 커뮤니티의 경우 이메일로 재학생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정보를 나누는 댓글은 신뢰도가 높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이 만드는 문화의 비중이 중요해졌다. 참신하고 독특한 문화의 새로운 방향성은 환영이지만 익명성에 기대어 차별과 혐오의 장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자신에게도 하지 못할 말은 아무에게도 아무 곳에서도 하지 말자.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가는 문화가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더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