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운하 노후데크 교체 공사
내년까지 고압블록으로 바꿔
영일대해수욕장 목재데크
시설물도 모두 철거키로 결정
유지보수·철거비용 이중 투입
시민들 “전형적 예산 낭비 사례”

지난 21일 포항운하 산책로에서 목재데크 교체작업이 진행됐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포항시 곳곳에 설치된 목재데크가 최근 교체되거나 철거되면서 ‘혈세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목재데크의 부식과 파손 등으로 인해 해마다 수천만원의 유지보수비가 사용되고 있는 마당에 시설물 철거를 위한 예산이 이중으로 투입되고 있어서다.

포항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포항운하 일원 내 경계석 설치 및 노후데크 교체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공사를 통해 포항운하 산책로(1.3㎞) 구간에 설치된 4천610㎡ 면적에 이르는 목재데크 중 노후화된 목재데크 428㎡를 소형 고압블록으로 교체했다. 공사에는 재료비와 목재데크 폐기물처리비 등으로 3천만원의 예산이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시는 2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해 오는 2021년까지 포항운하 산책로에 설치된 모든 목재데크를 소형 고압블록으로 바꿀 계획이다.

포항의 대표 관광지인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에 설치된 목재데크 시설물도 모두 철거될 예정이다. 앞서 시는 지난 2009년 5월부터 그해 8월 말까지 포항여객선터미널∼두호동 존메디컬에 이르는 1.2㎞ 구간에 목재데크와 자전거도로, 산책로, 야외광장 등의 편의시설을 설치했다. 사업비는 총 25억5천만원이 투입됐다.

시설물 설치에 앞서 나무로 된 데크를 사용한다는 것에 의견이 분분했지만, 당시 포항시는 “목재데크는 평균 40∼50년 이상의 내구성을 갖고 있고, 동남아 수상가옥 건축 시 주로 사용되고 있는 천연 방부 목재인 말라스와 멀바우 제품을 선택해 안전성이 높고 관리가 쉽도록 시공했다”며 관련 논란을 일축하고 공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목재데크 설치 이후 바닷바람에 등에 의해 일부가 파손되기 시작하자, 시는 해마다 시설물 수리비용으로 수천만원을 사용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자, 시는 내년부터 예산 5억원을 들여 목재데크 교체를 중심으로 ‘영일대해수욕장 친수공간 정비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포항시가 추진한 목재데크 사업이 결국 막대한 예산 낭비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목재데크는 염분이나 습기에 취약하다. 아무리 방습 처리를 한다고 해도 부식을 막을 수 없을 것이란 주장이 이미 시설물 설치 전부터 예견돼 있었다.

포항시민 안모(54)씨는 “수억 원의 혈세를 투입해 사회기반시설을 만들어 놓고 10년도 버티지 못하고 철거를 하는 건 지자체의 예산 낭비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무턱대고 시설물을 만들기에 앞서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만들고, 의견교환을 거쳐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낸 다음에 사업을 추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목재데크 유지 관리에 대해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시민의 안전을 위하고 시설물 유지관리 등을 쉽게 하고자 목재데크의 철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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