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 둘러막기 위해 흙이나 돌, 벽돌 등으로 쌓아 올린 것을 담이나 벽이라 한다. 영역을 보호하고 표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벽을 만들기도 하고 독립된 공간에서 외부와 단절의 안식을 갖고자 하는 목적도 있다. 종종 아주 미련하여 어떤 사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비유하여 담벼락이라 하기도 한다. 담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꽉 막히고 답답하니 그렇게 비유된다. 이렇듯 담벼락은 자신을 보호하기도 하고 영역을 표시하기도 하지만 자의에 의한 단절과 고립의 용도이기도 하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원초적인 본능을 최대한 잘 나타내는 것이 담벼락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의 담벼락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었다. 예전과 달라진 특징 중에 두드러지는 것은 소통을 배려한 형태의 담벼락이다. 수많은 정보와 간접 경험의 기회가 풍부해진 현대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 조건 중의 하나가 소통이기 때문이다. 소통에 적극적이어야 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적절히 편승하는 것이며, 소통을 통해 신속하게 정보를 습득하는 것은 존재감과 사회적 위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인간은 소통과 자의적 고립의 양립 선상에서 숱한 고뇌와 번민에 빠지게 된다.

 

박의희 사진작가의 ‘담벼락’ 작품들.
박의희 사진작가의 ‘담벼락’ 작품들.

나는 담벼락의 형상을 카메라에 담는 작업을 통해 소통과 자의적 고립 사이에서 고뇌하는 현대인의 다양한 본능을 탐색하고 기록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의 외적 형상이 무엇을 표현하려 하는지 무엇을 감추려 하는지 어렴풋이라도 알게 되리라 기대해본다. /박의희(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