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순 례

엄마의 입안엔 누구도 드나들 수 없는 동굴이 있다

어느 날 수저질 느슨한 엄마

고기를 씹지 못하신다

고름 뿌리로 남은 이, 하나 둘 셋.

빛도 바람도 없이 습기만 눅눅한

십수 년 불 들이지 않은 검은 아궁이

그 깊은 자궁을 들여다본다

청상 시절 중심이 흔들린 때 있었다

털어놓으시던 엄마

차암 의젓한 이였는데, 차마 니들을 두고 갈 수 없어서…

풀이 자랄 수 없는 동굴

허나 칠 남매는 엄마의 살을 뜯어 먹고 자란

육식동물이었으니

내일 당장 죽더라도 오늘 맛나게 드시고 가시요!

나의 완력에 썩은 뿌리 뽑아낸 엄마

비로소 곤한 잠에 드신다

내가 발견한 동굴은 고작 세 개뿐

몸 어딘가 숨겨놓은 동굴이 또 있는지 나는 모른다

시인은 굴곡진 한 생을 살아온 어머니에게는 숨어 있는 동굴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 동굴은 어머니의 여성성이 내재된 곳이다. 누구도 들어가 볼 수 없는 어머니의 정체성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시인은 7남매를 낳고 이제는 늙은 어머니를 바라보며 어머니의 한 생을 기리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