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홉번째 시집 ‘목련 기차’ 출간 시인 김만수
올해 등단 32주년 맞아 출간
내면의 굴레에서 벗어나
오래된·현재의 시간들에 말걸기
“편안하고 쉬운 ‘서정시’ 몰두”

김만수 시인
김만수 시인

“이슬처럼 머물다/ 먼 강물 소리에 묻어가는/ 그대를 따라갑니다/ 사랑은/ 아슬한 굽이마다 내걸린/ 희미한 등롱이었지요/ 그대 사랑하는 저녁을/ 여기/ 마디마디 새겨 보냅니다/ 청댓잎 새순으로/ 다시 피어오르시어/ 푸른 마디마다 매단/ 눈물방울들/ 보십시오” - 김만수 시 ‘목간(木間)’

포항의 중진 시인 김만수는 ‘자신의 존재뿐만 아니라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성찰을 통해 존재의 진정성을 찾아가는 작가’로 평가받는다. 올해 등단 32년을 맞는 그가 최근 새로운 시집을 펴냈다.

‘목련 기차’(천년의시작)라는 제목의 이번 시집은 이전 시집들보다 시에 나타나는 지역성과 장소성이 강화됐다는 점 외에도 시집 전반에 걸쳐 서정미가 한층 두터워졌고 문장의 세련미도 향상됐다는 평가다. 해설을 쓴 공광규 시인의 말처럼, “시인에게 가져다주는 문장의 세련미라는 선물을 받기 위해 그동안 쉬지 않고 시를 쓰고 시집을 내는 정진”을 게을리하지 않은 시인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김 시인을 만나 새 시집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2017년 여덟 번째 시집 이후 아홉 번째인데.

△그렇다. 세월 속에 훼손돼 가는 주체를 끊임없이 복원해 나감으로써, 잃어버렸거나 혹은 잊고 있던 이데아의 세계로 많은 사람을 인도하고 싶었다고 할까.

-이번 시집 ‘목련 기차’는 지난 시집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몇 해 전 문학을 하면서 상처받고 힘들었던 일들이 있었다. 지난 시집이 그러한 나의 내면의 응어리가 분출된 시들과 소외되고 움츠린 사소한 것들의 끈질기고 아름다운 생명력을 노래한 것이었다면, 이번 ‘목련 기차’는 그런 굴레에서 벗어나 오래된 혹은 현재의 시간들에 말 걸기, 내 삶의 주변을 세밀한 눈빛과 마음으로 다가가 말을 걸고 가만히 들은 것들을 기록한 것들이다.

-시의 주된 소재와 마음에 드는 시를 소개한다면.

△장성동, 여남바다, 포항 지진 같은 지역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의 일들에 관심을 가지고 다가갔다. 그리고 오래 휘어진 시간 속의 인물들에 대한 소재가 많다. 마음에 드는 시는 16세기 최초의 한글 편지라고 알려진 ‘원이 엄마의 편지’를 제재로 쓴 ‘목간’이라는 작품이다.

김만수 시인의 시집 ‘목련 기차’ 표지.
김만수 시인의 시집 ‘목련 기차’ 표지.

-코로나19라는 힘든 시대를 보내고 있다. 문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일상의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묶임과 닫힘의 힘겨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현실은 우리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재앙이 아닐 수 없다. 근래 트롯 열풍이 일어서 오래 갇힌 사람들을 위로하는 데 일조를 하듯이 문학 작품은 피폐해져 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위안과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극복과 되살아남의 힘과 용기를 줄 수 있는 감동적인 문학 작품들이 많이 창작되고 유통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진다.

-앞으로의 계획하고 있는 것이나 바람이 있다면.

△더 깊은 서정의 바다에 들려고 한다. 지금까지의 시들은 언어와 정서의 긴장을 추구해 와서 쉽게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누구에게나 쉽게 읽히고 공감할 수 있는 편안하고 쉬운, 그러면서도 간절함이 묻어나는 서정시를 쓰려고 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 김만수 시인은 포항 출신으로 1987년‘실천문학’으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시 ‘송정리의 봄’과 시집 ‘소리내기’ ‘햇빛은 굴절되어도 따뜻하다’ ‘오래 휘어진 기억’ ‘산내통신’ ‘종이 눈썹’ ‘메아리 학교’ ‘바닷가 부족들’ ‘풀의 사원’ 등을 출간했으며, 해양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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