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주사 후 사망, 대구·경북 어제 5명 등 전국 30명 육박
최근 10년간 사망자 수 훌쩍 뛰어넘을 전망에 불안 넘어 ‘공포’
접종 기피 이어질땐 트윈데믹 우려… 정은경 “계속 추진할 것”
의협선 정부에 1주일 유보 권고

독감백신 주사를 맞고 나서 사망한 사람이 올해 유난히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집계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총 25명이다. 현재 속도라면, 올 한 해에만 최근 10년간 발생한 사망자 수를 훌쩍 뛰어넘을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대구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80대가 이날 숨진 것을 비롯해 상주와 영주, 성주, 안동 등 경북에서 4명이 숨지는 등 대구 경북에서만 하루새 5명이 사망했다. 또한 경남 창원, 전북 임실, 전남 순천,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에서 백신 접종 후 사망자는 모두 28명이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같은 날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까지 급증하자 시민들은 ‘더블 쇼크’에 빠졌다.

아직 이들의 정확한 사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보건당국 조사 결과 사망자 대부분이 70∼80대 고령인 데다 기저질환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들의 독감백신에 대한 불신은 정점에 이르러 지역사회에서는 예방접종 기피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주까지만 해도 지역 병·의원마다 예방접종이 오전 이른 시간에 마감돼 ‘백신 품귀현상’이 벌어졌지만, 21일부터 사망자가 속출하자 하룻밤 새 예방접종 대기행렬이 사라지고 맘카페에는 ‘○○의원에 백신이 남아 있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평소 고혈압이나 당뇨를 앓는 시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전문의들은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독감에 걸리면 일반인보다 더 위험하다고 판단해 백신을 꼭 맞아야 할 독감 위험군으로 분류해 예방접종을 권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보고된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자 대부분이 기저질환을 지닌 것으로 알려지면서 접종기피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백신 불안감이 예방접종 기피로 이어질 경우 코로나19와 독감의 동시유행(트윈데믹) 예방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상온 노출 등으로 독감접종 사업이 한 차례 중단된 데다 사업 재개 이후에도 백신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 독감 예방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독감 백신은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기간과 항체가 생성되는 시기, 지속기간 등을 고려해 접종해야 한다. 시기를 놓치면 예방접종을 하더라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통상 항체는 접종 2주 후부터 생기기 시작해 평균 6개월 정도 유지된다.

이와 관련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사망자가 늘긴 했지만 ‘예방접종으로 인한 사망’과 연관성이 낮다는 것이 피해조사반의 의견”이라며 예방접종 사업 계속 추진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런 가운데 의료전문가 집단에서 상이한 반응을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백신학회는 22일 ‘독감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사례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입장문에서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계절 독감의 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백신을 맞은 후 사망한 사례에 대해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접종을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낸 반면, 대한의료협회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예방접종을 일주일간 잠정적으로 미룰 것을 정부에 권고하고 내일부터 의료기관 접종을 잠정 중단하라는 회원 대상 안내문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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