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비채 펴냄·에세이
1만3천500원

국내 독자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오랜만에 에세이를 들고 돌아왔다.

‘고양이를 버리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비채)는 하루키가 처음으로 털어놓는 아버지와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다. 제목 그대로 아버지와 바닷가에 고양이를 버리러 간 회상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아버지 무라카미 지아키가 겪은 유년기 입양과 파양, 청년기 중일전쟁 참전, 중장년기 교직 생활, 노년기 투병 등 파란만장한 개인사에 얽힌 사연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이를 통해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존재론적 근간을 성찰하고 작가로서의 문학적 근간을 직시한다. 작가는 시종 아무리 잊고 싶은 역사라도 반드시 사실 그대로 기억하고 계승해야 한다고 설파한다. 그리고 자랑스럽지만은 않은 아버지의 역사를 논픽션이라는 이야기의 형태로 용기내어 전한다. 100페이지 남짓한 길지 않은 책으로 완성됐지만 이야기의 중량감과 여운은 결코 가볍지도 짧지도 않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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