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평생학습원, 성인문해교육
늦깎이 수강생들 모여 한글공부
모집 인원 모두 포기 없이 ‘열정’

지난 19일 포항시 남구 평생학습원에서 운영하는 ‘2020년 성인문해교육 수업’에서 어른들이 한글공부를 하고 있다. /포항시평생학습원 제공

‘배움에도 나이가 있나요? 평생 한이었던 한글을 깨우칠 수 있어 행복해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도 배움에 대한 열정을 꺾지 못했다. 만학도들의 한글공부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코로나19도 물리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포항시 남구 평생학습원에서 운영하는 ‘2020년 성인문해교육 수업’의 강의실에는 늦깎이 수강생 5명이 모여 한글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날 수강생들은 연필 바르게 잡는 법을 비롯해 간단한 낱말 익히기, 내 이름과 가족 이름 쓰기 등을 배웠다. 알아보기 어려운 삐뚤삐뚤한 필체였지만, 이들 수강생은 스스로 한글을 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뻐했다.

특히 ‘휴대전화 문자 보내기 수업’은 수강생들의 집중도가 최고조에 달했다. 학생들은 침침한 눈을 비비대며 휴대전화기 문자판을 꾹꾹 눌렀다. 잠시 후 한 할머니가 ‘아들아, 사랑한다’라고 적힌 문자메시지의 작성을 완료한 뒤 전송 버튼을 꾹 눌렀다.

이날 수업에서 만난 김모(56·여)씨는 “우리 손주가 커서 나에게 책을 읽어 달라고 했을 때, 사실은 할머니가 글을 읽을 줄 몰라라고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며 “휴관기간에도 수업한 내용을 잊지 않으려고, 책을 전부 집에 가져가서 소리 내 읽는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인해 배움의 상황이 녹록지 않음에도 한글교실에 참여하는 이들의 열의는 후끈하기만 했다. 이들은 과거 가난과 생계유지 등 저마다 사연으로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지만, 늦게 시작한 수업인 만큼 배움에 대한 갈망도 컸다.

실제로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업이 넉 달가량 중단되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맞이했지만, 당초 모집 인원 30명 중에서 중도 포기를 희망하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수강생들은 모처럼 만의 개강 소식에 반가워하며, “그동안 밀린 공부를 다시 해야한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로 인해 주 2회 펼쳐졌던 수업이, 이제는 매일 진행될 예정이다.

수강생들은 한글교실에 참여한 이후 일상생활이 더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이모(58·여)씨는 “버스를 탈 때면 표지판에 무슨 글자가 적혀 있는지 몰라 버스기사나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버스를 타곤 했는데, 그럴 때면 항상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며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검색도 할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도 들을 수 있어 신난다”고 전했다.

포항시 평생학습원 관계자는 “배움의 열정으로 코로나 바이러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걸음에 달려온 수강생들이 낙오자 없이 모두 졸업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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