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오곡백과 익어가는 먹거리 풍성한 가을이다. 작물의 뿌리나 잎, 열매 등 어느 것 하나 먹거나 수확하지 않을 것이 없는 계절, 들판에서는 봄이나 여름에 심거나 뿌린 농작물의 온갖 결실을 한창 거둬들이고 있다.

지난 주말 텃밭에서 뜯은 손바닥보다 더 넓은 배추잎으로 쌈을 싸먹으니 한결 푸졌다. 집 한 켠의 손바닥만한 텃밭에 몇 포기 심어놓은 배추와 가을상추가 어느새 제법 자라 얼굴을 가릴 정도로 넓고 파릇한 잎을 드리우고 있다. 몇몇 포기에는 배추벌레의 엄습으로 군데군데 구멍이 나있거나 갉아먹은 흔적이 더러 있었다. 그러나 손수 물을 주며 병충해 약 한번 치지 않고 수시로 배추벌레를 잡아내서 인지, 벌레가 해친 배추잎을 함께 따서 쌈으로 싸먹거나 삶아서 무쳐 먹으니 은근히 맛나고 식감마저 좋아짐은 왜일까?

어릴 때부터 달리 먹을 것도 없었겠지만 당시엔 거의 나물 위주로 먹고 자라선지 필자는 요즘도 유난히 푸성귀를 즐겨 먹고 있다. 초, 중학교엘 오가면서 땅찔레나 밭둑에 흔한 시큼한 시금치를 숱하게 꺾어서 먹었고 미나리, 씀바귀, 열무, 정구지, 배추 등을 무치거나 부침개로 해서 고픈 배를 채웠었다. 오죽했으면 교수로 있는 친구 시인이 필자 더러 ‘안동 물한리의 나물을 좋아하는 촌사람이다’라고 표현했을까.

요즘 들어 대부분의 식습관이 서구화, 간편화 돼선지 채식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른바 채식과 생식에 가까울수록 건강과 장수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한 비건(vegan·채식주의자)이 늘어날수록 동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전하는데 보탬을 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채식은 전설적인 록그룹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매카트니의 ‘고기 없는 월요일(Meat-free Monday)’ 운동과 맥을 같이한다. 일주일에 한 번 고기를 안 먹는 것만으로 자기 몸도 건강해지고 그만큼 지구온난화 위협 요소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월드워치연구소에 따르면, 육류 생산이 전체 온실기체 방출의 최소 51%를 차지한다고 한다. 세계의 10억 마리 소들이 되새김질을 통해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 더 지구 온도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육류의 과다 섭취로 인해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이 많아져 심장혈관성 질환의 원인이 되고, 각종 항생제를 투여한 동물의 고기를 사람이 먹을 경우 그 약물이 체내에 그대로 흡수돼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잘 먹어야 건강하고 잘 살 수 있다. 가이아이론에 따르면 지구도 하나의 유기적인 생명체라는 것이다. 사람 몸 속에 있는 다섯 가지의 장기도 땅과, 물, 지구와 관계되듯이 오장(五臟)과 오미(五味)도 자연과 조화되고 연계된다. 채소, 곡물 등 색깔을 살린 칼라푸드, 노벨푸드를 많이 섭취할수록 사람의 몸은 자연과 소통하고 교감이 이뤄진다. 고기 없는 월요일을 실천하고, 채식과 생식의 조화로운 식생활을 개선하면 갑갑한 일상에 새로운 활기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