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맹’이 서러운 70대이상 어르신 독감백신 무료접종 불편
보건당국은 도우미사이트 통해 사전예약 후 내원 권고하고 있지만
무료접종 지정기관 아닌 곳 갔다가 헛걸음…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

최근 국가 독감백신 예방접종 사업이 순차적으로 재개된 가운데 19일부터 무료접종 대상자가 된 만 70세 이상 어르신들이 병·의원 검색이나 사전 예약 등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활용이 익숙지 않은 이른바 ‘디지털 문맹’이 된 지역 어르신들은 직접 병원을 찾아가거나 일일이 전화를 돌리지 않는 이상 접종 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19일부터 전국 보건소와 의료기관에서 만 70세 이상(1950년 12월 31일 이전 출생자) 어르신부터 차례대로 실시된다. 포항시 남·북구보건소는 어르신 독감 무료접종 참여 의료기관으로 남구 84개소, 북구 127개소를 지정했다.

보건 당국은 앞서 안전한 예방접종 시행을 위해 접종 대상자는 ‘예방접종도우미사이트’를 통해 사전 예약 후 내원할 것을 권고했다. 가족 등이 비회원으로 신청해 대리 예약도 할 수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는 무료 예방접종이 가능한 병·의원 검색도 가능하다. 예방접종도우미 응용프로그램(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 조작에 서툰 어르신들은 무료접종 예약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번 주부터 지정 의료기관에서 무료로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해당 병·의원이 어디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대상자도 있다.

이날 아침 7시부터 마을 주민 30여명과 함께 보건소 앞에서 무료접종 순번을 기다린 70대 A씨(경주시 외동읍)는 “2시간이나 밖에서 기다렸지만 9시쯤 문을 연 보건소에서는 무료 접종을 하지 않는다고 해 너무 허탈했다”며 “입구에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다’는 문구라도 게시했더라면 무작정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 9시를 훌쩍 넘겨 다른 병원에 갔지만 백신이 없다고 해 또다시 헛걸음을 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동네 의원을 찾은 김제충(89·포항시 남구 오천읍)씨는 “TV 뉴스로 무료 예방접종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 집 근처 병원에 갔더니 백신이 없어 주사를 맞을 수 없었다”며 “예방접종이 가능한지 곳이지 전화로 물어보고 싶어도 인터넷으로 상호명을 검색해야 번호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옆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직접 일일이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무료예방 접종을 받는 데 ‘디지털 문맹’이 가장 큰 벽이 된 셈이다.

스마트기기 사용이 어려워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 일부 어르신들은 예방접종을 포기하기도 한다. 주변에서 만나는 고령자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다닐 만큼 디지털정보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졌지만 그 활용성이 매우 취약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9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는 일반국민의 정보화 수준을 100%로 놓고 봤을 때 고령층의 정보화 수준은 64.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디지털정보 격차가 단순히 격차에서 끝나지 않고 인식과 생각, 문화 등 사회적 격차로 확대돼 소외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포항시 남구보건소 관계자는 “어르신 무료접종 시행에 앞서 각 읍·면·동사무소에 사전 고지했다”며 “특히 70세 이상 어르신 대부분은 오랫동안 특정 병원을 정해놓고 다니는 경우가 많으므로 평소 이용하는 병원에 문의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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